'재해의 땅' 아이티, 허리케인 어마 영향권···대규모 인명피해 우려

기사등록 2017/09/07 11:16:35
【NOAA· AP/뉴시스】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가 5일(현지시간) 공개한 5등급 허리케인 어마의 모습. GOES-16 위성이 포착한 모습이다.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재해의 땅’ 아이티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서양 허리케인으로 알려진 '어마(Irma)'의 영향권에 접어들었으나 미비한 당국의 대처로 또 다시 대규모 인명피해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감돌고 있다.

 6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어마의 경로로 추정되는 아이티의 북부 항구도시 카프아이시앵 당국이 허리케인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아이티 국민들이 어마에 외롭게 맞서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속 300km의 돌풍을 몰고 오는 카테고리5의 초강력 허리케인 어마는 7일 오전 아이티 북쪽 해안을 강타할 전망이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6일 밤부터 열대폭풍 형태로 아이티의 북쪽 해안이 영향을 받고 7일에 완전한 허리케인 영향권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민들은 경고조차 듣지 못했다며 당국의 미비한 대처를 규탄하고 있다. 주민 호수아 로스는 "우리는 항상 입소문으로 이런 소식을 듣게 된다"며 "해안가에 살고 있음에도 당국 관계자 중 누구도 우리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푸강 유역의 빈민가 샤다에 사는 주민들의 우려는 더욱 크다. 올해 이미 두 차례의 홍수를 경험한 재키 피에르는 "전기가 끊겨 허리케인이 오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며 어린 딸과 함께 두려워했다.

 어마의 경로에는 100만여명이 넘는 아이티 국민들이 살고 있지만 아이티 북부에 비치된 구급차는 3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빈민가를 중심으로 쓰레기가 도처에 널려 있어 길과 배수로가 막혔고, 도시 외곽에 마련된 긴급상황실도 장비 및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카프아이시앵 주택의 90%가 강풍에 취약한 금속 이음 지붕임에도 시민들이 몸을 피할 장소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아이티 북부 당국의 시민보호담당관 장-앙리 프티는 지난해 10월 아이티 남부를 강타한 카테고리4의 허리케인 '매슈’를 언급하며 "매슈로부터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시민보호를 위해 그들을 대피소로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피소가 없어 시민들에게 "콘크리트 집에 살고 있는 친구나 가족의 집으로 대피하라"고 조언하고 있는 실정이다.

 프티 담당관은 "우리는 더이상 유엔의 아이티안정화지원단(MINUSTAH)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지역에 위기관리에 관련된 NGO가 없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MINUSTAH는 다음달 중순까지 아이티에 주둔한다.

 카프아이시앵에 사는 어부 일레르 펠릭스는 당국의 부패와 무관심을 비난했다. 그는 "재해가 발생할 때 정부는 (국제원조를 통해)많은 돈을 축적할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할 것"이라며 "그들은 피해 국민을 돕기 위한 돈이라고 말하지만 한번도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빈민가 샤다에 사는 피에르 발미는 "중요한 서류를 비닐봉지에 넣어 지붕에 묶어둘 것"이라며 "이곳이 내 유일한 집이고 나는 갈 곳이 없다"고 했다. 그는 "허리케인이 오면 이 더럽고 오염된 강이 언제든 나와 내 가족을 쓸어버릴 것을 안다"며 "허리케인은 우리에게 세상의 종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이티는 잦은 자연재해로 막대한 피해를 입는 국가다. 2010년 규모 7의 강진이 아이티를 강타해 32만여명이 사망했고 뒤를 이은 콜레라 창궐로 1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2008년 네 차례의 폭풍이 연속으로 아이티를 덮쳐 8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2002년, 2003년, 2006년, 2007년에도 극심한 홍수를 겪었다. 최근에는 지난해 10월 허리케인 매슈로 400여명이 사망하고 2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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