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4 발레단'으로 통하는 명문 보스턴발레단 수석무용수 한서혜(28)는 입단 4년 만인 지난해 5월 이 발레단에서 한국인으로는 첫 수석무용수가 됐다. 현재 이 발레단의 여성 수석무용수는 한서혜를 포함해 5명뿐이다.
몸의 표현력과 캐릭터 연기력이 강점인 한서혜는 튀는 외모뿐만 아니라 발레의 아름다움을 전파하며 단숨에 이 발레단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27~28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14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월드갈라'를 통해 고국팬을 만난 자리에서도 보스턴발레단 소속 무용수인 이를란 다 실바와 함께 몸과 연기 등 발레의 총체적인 아름다움을 증명했다.
최근 광화문에서 만난 한서혜는 "어렸을 때 외모가 콤플렉스였다"고 했다. 2010년 한국의 유니버설발레단에 몸 담았을 당시 KBS 2TV '1박2일'에 출연해 '얼짱 발레리나'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던 그녀다.
화려한 미모 탓인지 한서혜의 첫 인상은 새침하고 도회적이다.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인상이다. 하지만 실제 알고 보면 다들 푼수라고 한다고 웃었다. 실제 만난 그녀 역시 소탈했다.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야식으로 치킨과 족발을 먹는 것'이었는데 다 이뤄서 기쁘다고 했다. 실제 먹는 걸 좋아하는 그녀는 이달 중순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가족들과 '먹방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먹는 걸 좋아해서 발레를 안 했으면 (몸매를 관리하는 데)큰 일 날 뻔했다"고 웃었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7세 때 발레를 시작한 한서혜는 16세 때인 2005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예술영재로 입학하며 주목 받았다. 졸업과 동시에 유니버설발레단에 특채로 입단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3년 만에 해외 진출을 위해 발레단을 퇴단하는 용기를 냈다. 주변에서 대부분 말렸지만 김혜식 한예종 초대 무용원장 등 그녀를 믿어준 어른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한서혜의 용기와 실력 그녀를 위한 주변 사람들의 믿음이 맞물리면서 결국 2012년 6월 보스턴 국제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이던 미코 니시넨 보스턴발레단장에게 발탁돼 같은 해 9월 군무로 입단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입단 3개월 만인 같은 해 말에 오른쪽 뒤꿈치 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입단 첫해에 '호두까기 인형' 주역으로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1인8역 등을 맡아 무리를 한 탓이었다.
"미국 보스턴은 한국과 공기조차 달라요. 그래서 숨을 쉬는 것조차 다를 수밖에 없죠. 그런 상황에서 조심했어야 했는데, 의욕이 컸죠. 외국에 나가서 부상을 당한 선배, 동료들을 많이 봐서 걱정도 됐어요. 하지만 니시넨 단장님이 크게 믿어주셔서 얼른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것으로 결정했죠. 덕분에 수술 결과가 좋았고 석 달 안에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었어요."
이후 한서혜는 보스턴 발레단의 '블루칩 발레리나'로 떠올랐다. 2014년 미국의 대표적인 무용 잡지인 '댄스 매거진' 3월호 표지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다 아는 것처럼 이 발레단의 간판이 됐다.
수석무용수라는 타이틀을 단 이후 책임감이 부쩍 커졌다고 했다. 그녀가 이 발레단에 입단한 후 솔리스트 채지영, 그리고 이소정, 이승현 등 한국인 무용수들이 함께 발레단에서 활약하면서 책임감이 더 커졌다. "친동생 같은 친구들이고 정말 사랑하는 후배들이죠. 이 친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무용수가 되고 싶어요."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여전히 팬층이 두터워 그녀의 한국 공연이 있는 날이면, 갈라무대라 해도 객석은 가득 찬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을 하지 않는데도 감사하죠. 제 팬이 많지는 않지만 그분들에게 실망감을 드리고 싶지 않아요. 매번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한서혜의 다음 목표는 현재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감히 제가 한국발레계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는 말은 못하죠. 지금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후배들에게 소소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좀 더 정상의 위치에 가게 되면 그 때 바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이어주고 싶어요. 적절한 타이밍에 세대교체가 되는 것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가장 멋있을 때 무대에서 내려오고 싶은 마음도 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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