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 김정숙 여사, '푸른그림', 그리고 정영환

기사등록 2017/07/31 16:30:09 최종수정 2017/11/14 10:47:25
【서울=뉴시스】정영환 작가의 개인전을 여는 벽과나사이 갤러리 홈페이지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세상은 변덕스럽다.  어제와 오늘을 천지차이로 바꾼다. 무명에서 유명이 되는 것도 한순간이다.

이 화가도 그렇다. '푸른 그림'을 그린지 17년만에 세상이 달라졌다.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지난 6월 29일 오후, 그 화가의 판을 바꿨다.

그날  TV에서 김정숙 여사 패션이 화제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방미에 오른 김 여사가 미국 워싱턴에 도착해 선보인 의상은 흰색과 푸른색의 조화였다. 한·미 양국간 신뢰에 바탕해 첫 정상회담의 성공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담은 의상은 '영부인의 품격'을 선사했다는 호평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옷에 그려진 '푸른 그림'이 누구 것이냐에 초점이 모아졌다.

청와대가 국내 회화 작가 작품이라고만 공개했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그날 떠올랐다. 뉴시스가 단독 보도(김정숙여사 패션외교···'푸른색 그림' 누구인가 봤더니 정영환 작가')하면서 세상에 그의 이름 '정영환'이 새겨졌다. 서울지역 작가도 아니고 미술시장 스타작가도 아니어서 쉽게 알아보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독특한 색 덕분이었다. 아트페어에 간간히 선보였던 그림은 푸른색이어서 인상적이었다.

【서울=뉴시스】서양화가 정영환

사실, 그날 그도 어리둥절했다. 방미 행사에 자칫 누가 되지 않을까 나서기를 꺼려했고 조심스러워했다. 영부인과는 개인적 인연도 없고, 패션 디자이너의 선택이었다며 부끄러워했다.

인생은 타이밍이고 기회도 타이밍이다. 결국 '하늘을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작품은 미술시장 대세인 팝아트도 아니다. 어쩌면 푸른색 한가지 색이기에 지난 2~3년간 열풍이던 '단색화' 영향을 받은 그림이냐고도 할수 있다. 하지만 모노크롬화의 여파인 단색화와는 결이 다르다. 물론 단색화가 추구하는 몰아일체, 정신성과 연관을 짓는다면 꿰어맞출 수는 있다.  그 '푸른 그림'을 2010년부터 현재까지 17년째 묵묵히 그리고 있으니 말이다.

푸른 그림 제목은 '그저 바라보기(just looking)'. 나무 풍경은 푸른색 안경을 쓰고 본 것처럼 온통 파랗다. 푸른색에 묻혔지만 나무들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나뭇잎 하나하나를 일일이 묘사한 구상화로, 반복이 이뤄낸 붓질의 내공이 전해진다.

나무의 푸르름, 자연의 녹색을 푸른색으로 바꾼건 차별화가 생명인 화가의 본능같은 일이기도 했지만 희망과 위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정영환_그저 바라보기-휴_112.1x162.2cm_oil on canvas_2017

 '그저 바라보기' 시리즈가 탄생한 건 아버지 덕분이다.  15년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와 간호하는 어머니를 위해 경기도 양평 산이 있는 곳에 작은 집을 마련해드리면서다. "산과 들을 보면서 아버지가 힘을 내었으면 하는 희망"과 "내게 던지는 위로"를 그림에 담았다.

위로와 안정감, 성공과 희망 등의 뜻말을 담은 푸른색에 온전히 색의 감정을 담자 그림은 달라졌다.  '그린'을 '블루'를 바꿨을 뿐인데 친밀했던 풍경과 자연은 생경해졌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감정을 연결했다. 희망과 슬픔이 교차하고 낯설면서도 신비롭고, 서늘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수원대 미대를 졸업하고 화가가 되기까지 삶의 무게를 견뎌왔다. 예고에서 미술선생으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입시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었다. 지치고 힘들고 시간이 빠듯했지만 붓을 놓지 않았다. 늦은 밤 미술학원 한켠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자신과 싸웠다.

 '오늘 선택한 것의 결과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그림에 대한 갈망은 '푸른 숲'으로 이어졌고 스스로 힐링했다. 

 '푸른 그림'은 어제의 그림이 아니다. '패션 외교'후 대접이 달라졌다.  그룹전이 초대 개인전으로 바뀌고 아트페어에도 초대 부스 개인전으로 명칭이 달라졌다.  

【서울=뉴시스】정영환_그저 바라보기-떠난 그 후_112.1x162.2cm_oil on canvas_2017

"무엇보다 기쁜건 작품을 더 많이 보일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  화가 정영환은 "이제 그 이슈 보다는 제 작업에 더욱 관심을 가져주는게 감사하다"면서 "작업에만 몰두 할 것"이라고 했다.

그림은 ‘그저 바라보기'다.  그림 앞에선 말이 필요없다. 그의 푸른 그림 '그저 바라보기'는 휴식같은 풍경으로 반사한다. 희망과 위로를 담고 수행하듯 그려온 그림은 이제 응원이 필요하다.

'푸른 그림의 전설'이 시작됐다. 8월2일부터 9월 5일까지 서울 마포 삼진제약 건물 2층에 위치한 벽과나사이 갤러리에서 정영환 6회 개인전이 열린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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