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연내 배치'라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해온 한·미 군 당국은 지난 7일 사드 발사대 2기 등 체계 일부가 미 공군 수송기에 실려 한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양국 군 당국이 지난달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방한을 계기로 조기 배치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나머지 장비들을 들여오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월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트럼프 측 인사에게 조기배치를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야권 후보들은 12일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흔들림 없이 차기 정부로 사드 문제를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드 배치 문제는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새로운 미군 기지를 제공하는 형태인 만큼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문 전 대표뿐만 아니라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 등 야권 유력 대선주자들도 세부적으로 이견이 없지는 않지만, 큰 틀에서는 현 정부의 조기대선 전 사드 배치 속도전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재판소에 사드 배치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하기 위해 실무적 검토에 들어갔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들은 사드 배치 문제는 안보의 문제로써 한국 정부의 주권 사항이긴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변국들과의 외교적 협의를 통해 사드 보복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문제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맞춰 중국 언론들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 문 전 대표, 안 지사, 이 시장, 안 전 공동대표 등이 사드 배치에 신중 또는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는 것을 언급하며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에 따른 한미동맹의 억지력 강화 차원의 문제인 만큼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배치 여부 자체를 다시 논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여론도 적지 않아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드 논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즉흥적인 결정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차기 정부가 기존의 결정을 뒤집는 것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답을 정하고 움직이기보다 속도를 조절하며 사드 배치 문제를 대미(對美), 대중(對中) 외교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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