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컬렉터가 미친 조선 도자기의 아름다움

기사등록 2017/01/31 17:29:44
■ 전기열 소장의 '조선 예술에 미치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30여 년간 조선 도자기를 수집하던 어느 날 상처 입은 백자 항아리한 점이 찾아든다

 아가리(口緣部)의 일부가 깨져서 없었지만 당당하고 미끈한 자태에, 첫눈에 반한다. '걸물'이었다.

 그는 '간이용 술독'쯤으로 사용된 듯한 이 항아리를 소장하기 전에, 관요에서 생산된 빛깔이 희고 그림이 좋은 항아리를 여러 점 갖고 있었다. 모두 세간에 알려진 값비싼 기물이었다.

 그런데 이변이 생긴다. 그 모두를 처분한다.

 왜냐하면 "안목을 절정에 이르게 한 이 한 점 외에는 욕망이고 집착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에게 오랜 수집 인생의 완성을 맛보게 해준 이 항아리를 시작으로, 조선 도자기의 아름다움과 조선이 미를 보는 기준, 도자기에 깃든 한국인의 미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소장품과 함께 들려준다.

20대 때부터 고미술에 관심을 가졌던 저자 전기열은 주택건설 사업하는 고미술 컬렉터로 알려져있다. 현재 케이엔유㈜ 대표이사·회장이자 ㈜솔바테크놀러지 회장, 한국조선백자연구소 소장으로 활동중이다.

 조선 도자기의 아름다움에 미친 그는 도자기를 수집하면서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백자의 빛깔은 회백, 미백, 유백, 청백 등 너무 다양해서 나 같은 오래된 `꾼'도 딱 잘라서 무슨 색이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p.195)

'왜 흰색이 아닌데 백자라고 할까?'

 "백자란 용어는 실로 미스터리가 아닌가. (중략) 우리는 흰색이 아닌데도 백자라 한다. (중략) 어째서일까? 흰색도 아닌 것을 가지고 우리는 왜 백자라 하는가? 제조 기술에 따른 명칭에 불과한가? 아니면 조선의 도자기에 표현된 다양한 색상을 모두가 흰색이란 뜻인가?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p.81)

 이 책은 단순한 수집 체험기나 소장품 소개는 아니다. 그렇다고 한국인의 미의식을 체계적으로 다룬 연구서도 아니다.  저자는 조선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맛보려면 우리 미의식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이고, 우리 미의식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원효의 '일심(一心) 사상'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각 장의 뒤에 붙인 5편의 '수집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가 직접 체험한 수집 일화여서, 깨알 같은 재미와 묵직한 교훈이 살아 있다.

 무슨일이든 미쳐야 산다. '안목을 얻으려면 골동귀신에도 홀려보고 돈에 대한 절박한 심정도 가져야 한다'는 것과  '가이다시'와 '호리다시'로 본 우리 골동 문화의 초상과 '호리꾼'의 세계등 '도자기 컬렉션'으로 산전수전 다 겪어본 컬렉터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공개했다.

 도자기 예찬가이자 컬렉터지만 "만약 진정한 수집가가 되기를 원한다면 딱 한 점만 소장하라"고 조언한다.

 물론 그 전에, 필수로 행할 일이 있다.

 "박물관이든, 소장자든 빼어난 기물의 소장처를 찾아다니면서 충분히 눈으로 익혀야 한다. 비로소 그 이상의 기물이 나타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눈앞에 영혼을 흔드는 일생일대의 기물이 나타나면 혼신을 다해 그 한 점을 소유하면 된다."

  "두 점부터는 무거운 짐이다. 낭비에 불과하고 탐욕이었음을 나중에 깨닫게 된다"고 행복한 고민을 풀어낸 저자는 "나는 이 사실을 자각하기까지 무려 30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336쪽, 아트북스,2만5000원.

hy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