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표는 논란이 일고 있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는 철회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다음 정부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최대한 설득하면서 국회 비준 동의 등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와의 인터뷰는 염영남 정치부국장과의 대담으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문 전 대표의 외교안보 분야 인터뷰 전문.
- 언론인터뷰에서 '당선이 되면 북한을 먼저 가겠다'고 말했는데 북핵 문제에 대해 어떤 해법을 갖고 있나.
"당선되면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말한 것이 아니고,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북한에 먼저 갈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다.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어디든 가고, 누구든 만날 용의가 있다. 북핵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우리가 북한 핵을 용인할 수는 없다. 한반도 비핵화는 우리 민족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고 국제적으로도 용인하기 어렵다. 북핵 문제에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철저하게 실패했다. 북한 핵이 갈수록 고도화돼 지금 무기화 단계로 왔는데 전임 두 정부는 북한을 비난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대안을 세우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과의 대결 정책을 통해서 북한의 핵 개발을 촉진한 결과가 됐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근본적인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북한 핵에 대해서 국제적인 공조 속에서 강도높은 제재 압박은 당연히 필요하고, 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더 높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재와 압박만으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대화와 협상이 병행돼야 한다. 제재와 압박의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서 북핵 문제를 타결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북한도 갈 수 있다고 한 것이다."
- 개성공단은 집권하면 바로 문을 열 생각인가.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일체 대화도 없고 교류를 다 끊겠다는 자세는 아주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개성공단은 북핵 문제 해결 노력과 별개로 재개해야 한다고 본다. 개성공단은 북한보다 오히려 우리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준다. 경제적인 효과 면에서도 우리 기술과 자본이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결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 우리 기업이 북한에 진출해서 북한의 시장경제를 확산시켜주고 북한에 우리 체제가 더 우월함을 북한 주민에게 알리는 것이기도 하고, 북한을 우리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다. 북한의 급변사태가 생기더라도 북한이 우리에게 의존하게 만들어야 통일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오히려 북한과의 관계를 다 끊어서 중국에게 더 의존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사드는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을 제안했다. 사드 문제의 해법은.
"사드 문제는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해법을 다음 정부가 강구해야 한다. 사드 배치 결정을 취소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다음 정부로 넘기라는 것이 아니다. 한미간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을 그렇게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사드 배치는 안보 문제임과 동시에 국제정치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득이 있는 반면에 실도 있다. 내부적으로 국회 비준절차 같은 공론화 과정이 필요했고, 대외적으로는 사드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인 설득 노력이 필요했다. 이런 과정이 없이 졸속으로 사드 배치가 결정됐다. 국민도 갑작스러운 결정을 맞게 됐고 중국과 러시아는 더 반발하게 되는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이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기면, 차기 정부가 국회 비준을 포함한 공론화 과정도 갖고 중국과 러시아를 대외적으로 설득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정부가 시작돼도 한미관계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미국 외교의 방향이 크게 수정될 것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정부를 다 겪어 봤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한미관계가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었다. 한미동맹은 우리에게도 안보상 대단히 중요하지만 미국의 세계전략상으로도 중요한 것이다. 서로 존중하면서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들 미국 대선시기에 트럼프 당선자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을 요구할 것이라는 발언이 있어서 걱정하는데, 그것도 국제적인 일종의 규범 같은 것이 있기에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한미군은 한국에도 도움이 되고 미국의 세계전략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지금 한미양국은 적절하게 방위비 분담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위비 분담은 5년 단위로 하는데 2018년까지 이미 방위비 분담 합의가 돼 있다. 그 기간 전에 증액을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기간이 지나면 2019년부터 증액을 요구할 수 있지만 그때는 우리가 또 국익을 지키는 협상을 하면 된다. 우리는 이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액의 절반을 분담하고 있고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부지 사용료까지 합치면 우리가 훨씬 많은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미국의 무기를 세계에서 제일 많이 수입하는 나라이고 전체 GDP 가운데 안보에 지출하는 비율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다. 그런 점을 미국에 제대로 설명하면 트럼프 당선자도 충분히 감안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통상에서 보호무역주의로 갈까 걱정을 하는데 저는 그것도 적어도 한미간에는 한미 FTA가 체결돼 있기 때문에 FTA에 반하는 보호무역주의는 취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한미 FTA에 대한 새로운 협상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과거처럼 우리 국익을 지키는 당당한 협상을 하면 되는 것이다."
- 한일간 위안부 문제는 재협상이 맞다고 보는가.
"합의가 있었나? 저는 합의가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도대체 무슨 합의를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고, 합의 내용에 대한 양국 정부의 설명이 다르다. 우리 정부는 10억엔 속에 사죄와 배상의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일본은 아니라는 것 아닌가. 대체 무슨 합의를 한 것인가. 소녀상에 대해서 합의한 바가 없다는 것인데, 일본은 부산의 소녀상 설치를 민간이 한 것을 놓고 주한대사를 본국 소환하고 부산의 총영사를 본국 소환하고, 양국간 통화스와프를 중단하고, 전례없는 초강도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마치 한국이 사기라도 친 것처럼 말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그런 합의는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에게 합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낱낱이 밝히라고 요구하고 싶다.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일본이 그 문제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것이다. 돈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돈이 본질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피해국가로서 가해국가에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국제 규범이, 인권규범이 그런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위안부를 성노예라고 표현하고 있고,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반인권적인 범죄로 보고 있지 않나. 일본에 법적 책임과 공식 사죄를 요구하는 것은 우리만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것이다. 그것이 담기지 않은 합의는 근본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 집권하면 재협상할 생각인가.
"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 정부가 왜 그런 어처구니없는 합의를 했는지 되돌아보면 박근혜 정부가 그것을 일본과의 여러가지 외교의 전제조건으로 삼은 것이다.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일본하고 어떤 것도 할 수 없다고 전제조건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에 우리 정부 스스로 발목이 잡혀서 그런 어처구니 없는 합의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그 합의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지만, 그러나 그 문제를 양국간의 외교관계를 더 발전시키는 전제조건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문제는 그 문제대로 협상하고 또 양국간의 미래 발전적인 관계는 또 그대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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