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화가 천경자의 장남 이남훈(65·팀쓰리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회장)씨는 27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누나 이혜선(장녀)씨에 강한 불만감을 드러냈다. 이씨 홀로 치른 어머니의 장례 때문이다.
이씨는 어머니의 사망 사실을 은행 때문에 알았다. 19일 S은행으로부터 어머니의 통장과 관련한 전화를 받았다. "담당직원이 전화로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고, "무슨 내용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그때 누나(이혜선)가 전화를 낚아챘다"는 것이다. 이혜선씨는 미국이 아닌 한국의 은행에 있었던 것이다.
이혜선씨는 "상속관계에 있어 법적으로 네가 동의 안 하면 찾을 수 없다"고 다그쳤지만 장남인 이씨는 무슨 소리인지 몰라 동의를 안 해줬다고 한다. 그 통장의 잔액은 54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머니가 8월6일에 돌아가셨다는 걸 그때 알았다"는 이씨는 누나에게 "연락을 해야지!"라고 펄쩍 뛰었지만 "대화가 안 됐다"고 했다.
어쨌든 이씨는 확인을 해야 했다. 서울 압구정동 주민센터에서 가족관계 증명서를 떼었다. 8월6일에 어머니가 사망했다고 기록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천경자 소유였던 압구정 한양아파트는 누나 이혜선씨의 친구 소유로 돼있다. 이혜선씨가 미국에서 장례를 치르고 와 서울에 있는 어머니의 재산을 모두 정리한 것 같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어머니, 누나와 수 년 간 연락이 없었다는 이씨는 기자회견 내내 침묵을 지키다가 "이런 말 하는게 추접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장녀 이혜선씨는 천 화백과 미국으로 떠날때 천화백의 금융자산과 작품관리등 모든 전권을 독점해 운영했다고 유족은 밝혔다.
첫째, 천 화백의 평생 업적에 서울시가 무심한 이유가 무척 궁금하다며, 서울시가 지금이라도 천 화백의 공적을 감안해 추모식에 적극적인 성의를 표해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천경자가 93점의 대표작을 선뜻 서울시에 기증한만큼 서울시가 적극 나서서 격식을 갖춘 예우를 해달라는 주문이다. 유족들은 일단 서울시립미술관에 청원, 30일 오전 10시 추모식을 미술관에서 올린다.
둘째, 금관문화훈장을 취소한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문체부 결정의 재고를 요청했다. '수년간 작품활동이 없었다', '사망에 얽힌 미스터리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취소 이유에도 반박했다. 천경자가 노년에 건강 악화로 작품활동을 상당기간 못했다는 이유로 수십년 간의 업적과 공로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문화국가가 취할 작가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사망과 관련한 의문은 유족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장녀 이혜선씨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수년간 지속해 유족들이 고통을 당했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머니의 명예에 누가 되는 것을 누구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족들은 이혜선씨가 유족 대표가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도 그었다. 유골이 어디에 묻혔는지를 묻자 유족들은 "우리도 어머니가 어디에 모셔졌는지 알고 싶다"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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