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감탄하며 마구 탐할지어다, 부천 ‘봉순 게장’

기사등록 2014/08/03 11:10:24 최종수정 2016/12/28 13:09:45
【부천=뉴시스】박영주 기자 = 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밥도둑’이라는 훈장을 따내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맛과 예부터 전해져 온 명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게장은 오래 전부터 3대 밥도둑으로 불리며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내장까지 살찌운 먹음직스런 게장을 보고 지나칠 수 있는 의지가 있다면, 올해 여름에는 틀림없이 다이어트에 성공할 것이다.

 경기 부천 작동 204-2에 터를 잡은 ‘봉순 게장’(032-682-0029)은 신선한 게장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무한리필 전문점이다. 그날 준비한 식재료가 떨어지면 손님이 몰리는 저녁 시간대에도 과감히 문을 닫는다. 문 앞에 놓인 ‘오늘 준비한 게장이 모둔 소진되어 부득이하게 영업을 종료합니다’라는 푯말에 돌아서는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전쟁의 패배자들과 같은 쓸쓸함이 배어 나온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지만, 예약이 안 되는 탓에 주말에는 오전 10시30부터 조금씩 사람들이 몰려든다. 조금만 늦었다가는 손에 쥐어진 번호표를 들고 경품 당첨을 기다리는 사람마냥 내 번호가 불리길 기다려야한다.

 게장 하나만을 다루기 때문에 주문하지 않아도 된다. 엉덩이를 붙이기 무섭게 미역국과 날치알, 김, 겉절이, 김치 등 밑반찬들이 깔린다. 성인 1인 1만3000원, 초등학생 1인 7000원에 양념게장과 간장게장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2월까지 성인 1만2000원, 초등학생 7000원이었지만, 산지 꽃게 값 상승과 사장의 푸짐한 인심 때문에 1000원씩 인상했다. 계란찜(2000원), 공기밥(1000원)은 처음에는 무료로 제공된다.

 선수들이 등장하면 입안에 자연스레 침이 고인다. 게 다리 안의 살은 토실토실 올라 이로 꽉 깨물면 넉넉한 양이 입속으로 빨려 들어온다. 짜지 않고 간이 잘 밴 다리 살을 쪽쪽거리는 모습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지만, 밑반찬으로 나온 김에 날치 알을 올려 게장 살을 올려 싸먹으며 행복해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게장의 신선함은 껍데기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곳의 게딱지는 큼지막한 크기에 풍부한 내장도 그대로 유지한다. 껍데기에 붙은 내장을 살살 긁어 밥과 비벼먹다 보면 밥 한 그릇이 뚝딱이다. 밥알에서 느껴지는 고소함과 신선함에 감탄하다 보면 어느새 옆으로 빈 공기가 수북이 쌓여 있다. 게장을 벗 삼아 8공기를 먹던 옆 테이블의 남성 두 명이 더 이상 신기하게 보이지 않는다.

 간장게장이 깔끔한 북어국이라면, 양념게장은 얼큰하면서도 화려한 매운탕 같은 느낌이다. 다양한 양념으로 맛을 낸 매콤함이 부드러운 게살과 조화를 이룬다. 즉석에서 양념을 해 묻혀주므로 신선함도 믿을 수 있다.

 게장이 바닥을 드러낸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시시때때로 돌아다니는 '이모님'들이 게장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릇에 무한리필 해준다. 마치 처음 나온 음식처럼 통통하게 살이 오른 녀석들로 쟁반을 꽉 채운다. 단, 게딱지는 직접 달라고 말해야 채워준다.

 ‘착한 가격과 착한 음식으로 보답하겠습니다’는 철칙을 잘 지키는 ‘착한 가게’다. 오후 6시30분쯤 주위가 한산하다. 문 앞에는 역시나 ‘영업 종료’를 알리는 푯말이 서 있었다. 그래도 포장은 가능하다. 간장게장 5마리(1㎏)를 2만원에 싸가지고 갈 수 있다. 양념게장은 5000원 더 비싸다. 간장게장 2마리(450g)는 8000원, 양념게장은 1만원이다.

 매주 월요일은 쉰다. 주차장은 꽤 넓어 안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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