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눈'으로 40여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배우 변희봉(71)은 "책(희곡)을 읽으면 아쉬움이 남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는 아쉬움이 없었다"며 눈을 빛냈다.
변희봉은 1960년대 동향 선배인 연극계의 대부 차범석(1926~2006)과 인연으로 극단 '산하'에서 연극을 하게 됐다. 그러다 1970년대 들어 TV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무대를 멀리하게 됐다.
'3월의 눈'에 다시 출연하게 된 까닭은 '3월의 눈' 연출자인 손진책(65)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영향이 컸다. 두 사람은 손 감독이 극단 산하에서 무대감독을 맡았을 때 알게 됐다.
"극단 산하에 있을 때 보고 이후에는 소식만 듣고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전화가 와서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선 밥이라 한 끼 먹자고 했다가 연극까지 하게 됐습니다. 허허허."
주로 TV드라마에서 선굵은 캐릭터를 선보인 변희봉은 2000년 영화 '플란다스의 개'(감독 봉준호)에 출연한 이후 '살인의 추억' '괴물' 등 봉 감독 영화를 중심으로 숱한 영화에 출연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3월의 눈'은 원로배우 백성희(88)·장민호(1924~2012)에게 헌정한 2011년 초연작이다. 평생 살아온 한옥을 떠나기 하루 전 노부부 '이순·장오'의 일상을 오롯이 보여준다. 실재와 환상을 오가며 사라짐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구성이 일품이다.
사람들에게 제 살점을 다 내주고 결국 극 후반에 뼈대만 앙상하게 남는 고택, 벽을 제외한 모든 도구가
통째로 박물관에 팔리는 이발소, 재개발 열풍 속에서 평생 살아온 집을 떠나야 하는 장오의 모습을 묵묵히 그린다.
변희봉은 장오를 맡아 초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순을 연기하는 백성희와 호흡을 맞춘다. 지난해 재공연에 출연한 박혜진(55)이 백성희와 함께 이순을 번갈아 연기한다.
손 감독은 "스크린이나 TV에서 변희봉 선생님을 보면서 완벽하게 하려는 느낌이 있어서 같이 하고 싶었다"며 "연습 과정뿐 아니라 생활에서도 완벽하다. 연기에 대한 성실함으로 관객들에게 설들력 있게 다가가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보면서 저도 느낀 점이 많았고 즐거웠습니다."
이번 '3월의 눈'은 지난해 별세한 장민호를 기리는 뜻도 담았다. 극본 배삼식, 무대미술가 박동우, 의상디자이너 최보경 등 초연부터 힘을 보탠 스태프들이 참여했다.
3월 1~28일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볼 수 있다. 2만~3만원. 국립극단 02-3279-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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