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자, 떠나자!-호수와 낭만이 어우러진 경남 진주 진양호 호반로

기사등록 2012/07/16 15:11:49 최종수정 2016/12/28 00:58:14
【진주=뉴시스】김영신 기자 = 28일 진양호 전망대에 들어서자 탁 트인 호수 끝자락엔 남해안과 지리산이 걸쳐 있고 옥색 물빛 사이로 비친 야트막한 산봉우리들은 분명히 육지임에도 다도해를 연상케 하는 섬과 섬으로 연결됐다.   photo@newsis.com
【진주=뉴시스】김영신 기자

그날도 호숫가엔 물안개가 피어올랐고
오늘은 또 호젓한 호숫가를 달리니
당신과 세상 사람들의 인연이 참 아름답네요?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늘 이 길을 걷다 보면 가슴 시리도록
당신과 함께 늘 기억하고 싶답니다.  

 어느새 7월 중순으로 접어들며 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밀려드는 일과로 지친데다 열무국수 한 그릇으로 점심 끼니를 때우니 금방 눈꺼풀이 처진다. 일의 능률도 별로 오르지 않고 쉴 새 없이 울려 대는 휴대전화 소리마저 귀찮게 느껴질 땐 경남 진주 사람들은 호수와 산이 어우러진 100리 길 진양호반을 가끔 찾아 스트레스를 날린다.

 진주에 진양호 호반로가 생긴 것은 남강댐 건설 덕이다. 지난 1969년 생활 및 농업용수 등 다목적 활용을 위해 남강댐이 들어섰고, 2000년부터 거듭된 보강 공사를 거쳐 댐 건설이 마무리되자 호수 주변을 잇는 이 길이 생겨났다.

 남강댐은 호수면적 29.4㎢, 유역면적 2285㎢, 저수량 3억9200만t 규모로, 경남 진주시 판문동 일원과 사천시 곤명면, 산청군 신안면을 둘러싼 지리산의 낙동강 수계에 지어진 국내 최초의 다목적 댐이라고 기록돼 있다.

 호반로 초입인 진양호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아름드리 편백나무에서 품어내는 피톤치드향과 소나무 숲길, 호수가 뿜어내는 물안개 사이로 자연석 하나가 불쑥 나타난다. 여기엔 댐 건설에 따른 수몰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의 망향의 글귀가 빼곡히 적혀 있다. 하지만 댐 건설로 생긴 진양호는 지역민에게 또 다른 풍광과 삶의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진주=뉴시스】김영신 기자 = 28일 경남 진주시 진양호 호반로의 초입인 진양호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호수가 뿜어내는 물안개 사이로 불쑥 나타나는 자연석. 이 자연석에는 이 곳 주민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망향의 글귀로 빼 꼭 적혀 있지만 지역민에게 또 다른 풍광과 삶의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photo@newsis.com
 50여 년 전 재일본 진주 민단이 고국이 그리워 심었다는 아름드리 벚나무 숲길을 지나 진양호 전망대에 들어서자 탁 트인 호수 끝자락엔 남해안과 지리산이 걸쳐 있고 옥색 물빛 사이로 비친 야트막한 산봉우리들은 분명히 육지임에도 다도해를 연상케 하는 섬과 섬으로 연결된 형상이다.  

 진주라고 하면 먼저 ‘천릿길’이라는 노랫가락과 함께 촉석루와 진양호를 떠올린다.

 70~80년대 중·고교생들의 단골 수학여행지로 각광받았고 국내외 관광여행이 흔치 않을 당시 신혼여행지로 인기를 끌었다. 남부권 유일한 동물원, 호반 위의 뱃놀이, 호수가 횟집들, 팔각정 등으로 여행객들을 불러 모았으나 지금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모두 사라져 추억만 간직하게 됐다.

 호반로 정상에서 옛 나루터를 연결하는 ‘365계단’은 1년 365일에 빗대 ‘일년 계단’이라 불린다. 청춘 남녀들이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며 한 계단 두 계단 오르내릴 때 이들의 사랑이 싹튼다는 설화에 지금도 자주 찾곤 한다.

 남강댐에 있는 물 홍보관과 기념조형물관에 잠시 들러 국내 물 변천사를 살피고 홍보관 전망대에 오르면 아름다운 호수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어 진주시 대평면으로 이어지는 진양호 일주도로 초입에 들어서는 순간 호반의 청량함에 숨쉬기가 한결 가벼워진다.

 차창 너머로 펼쳐지는 호반 물빛과 낮은 섬들 위로 피어나는 물안개를 배경으로 적당한 장소를 골라 기념사진 한 장이라도 담고 나면 호반의 드라이브 여유에 가슴까지 설레기 시작한다.

 호반로를 따라 10분 남짓 달렸을까. 가로수로 심은 자귀나무는 마치 공작이 날개를 펼친 듯이 보라색 꽃을 피우며 끝없이 이어지고 코스모스와 개망초 등 야생화들은 문득 저 멀리 눈앞에 펼쳐진 지리산 주능선 및 호반 물빛과 함께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진주시 대평·수곡면과 사천시 곤명면 등 일부 지역이 수몰됨에 따라 3개의 교량이 생겨났고 이중 가장 긴 교량인 진수대교는 이 지역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가 되었다.

 진수대교를 건너 신당마을을 알리는 표지석 앞에 이르자 물길은 인간의 또 다른 삶의 방식을 제공해 주는 듯 수많은 펜션과 음식점, 휴식 시설 등이 제각기 호반의 풍광을 껴안은 채 즐비하게 들어섰다.

 호반의 물빛은 무청처럼 푸르다. 이곳이 그 옛날 맛이 뛰어나 조상 대대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대평무우의 산지였다는 흔적은 찾을 수 없지만 차 한 잔을 나누는 호반의 여유는 잠시 또 다른 삶의 방식을 설계하기에 충분하다.

 호반로의 물빛은 계속된다. 수몰 전 고향 마을과 지금쯤 아름드리로 자랐을 마을 앞 정자나무, 고향의 옛길 등 추억 속으로 사라진 풍경들이 금방이라도 물속에서 걸어 나올 듯하다.

 호반은 어느덧 바느실 고개에 이른다. 대한제국 시절, 이 고개가 바늘처럼 뾰쪽하고 실처럼 길다 해서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다. 호반 조망이 잘 보이는 언덕배기에 팔각정 누각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몰 전 진주시 대평면 중촌·하촌마을로 유달리 안개가 많이 껴 ‘물안개 휴게소’라 명명했다.  

【진주=뉴시스】김영신 기자 = 28일 경남 진주시 대평면으로 이어지는 진양호 일주도로 초입에 들어서는 순간 호반의 청량함에 숨쉬기가 한결 가벼워진다. 물안개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장이라도 담고 나면 호반의 드라이브 여유에 가슴까지 설레기 시작한다.   photo@newsis.com 
 휴게소를 지나 어느덧 대평교에 이른다. 수몰 전 옥방마을과 당촌마을을 건너갈 때 상촌마을 선착장의 사공을 불렀지만 지금은 대평교를 이용하는 새 길이 났다.

 대평교를 막 건너자 청동기시대 문화박물관이 호숫가에 버티고 서있다.

 박물관 하면 흔히 도심지나 고궁에 소재한 것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호반가에 자리 잡은 이유는 수몰 전 이 지역 유물발굴 과정에서 기원전 500년쯤으로 추정되는 청동기시대 유적과 유물 1만2000여 점이 대량 발굴됐기 때문이다. 이 박물관은 2009년 6월11일 개관했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세계 4대 강 유역에서 발굴된 유적에 버금가는 유물이 전시됐다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대표적 유적인 가지문 토기를 비롯한 토기류 150점, 석기류 250점, 옥 100여 점 등이 전시됐고 움짐체험, 토기체험장 등 남부권과 진주권을 중심으로 청동기시대의 생활상을 한눈에 엿볼 수 있다.

 박물관 건너 나룻배 모양의 작은 둔치는 박물관 관람과 다른 또 다른 호반의 진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호수 안 자연스레 생겨난 사구에서 자라난 수양버들 가지가 물가에 비친 모습과 해 질 녘 지는 햇살에 반짝이는 물빛을 감상하거나, 구름 한 점 없는 날 한밤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별 보기가 그만이다.

 호반의 끝자락인 호반로를 따라 지리산 자락을 품은 채 성철스님의 생가를 향하는 길엔 지리산이 발원지인 덕천강과 덕유산이 발원지인 경호강이 수백 리를 달려 한데 모인 물길이 여행객을 반긴다.

 성철 스님 생가에 도착해 스님의 유품들을 꼼꼼히 살펴본다. 무소유 삶을 사신 성철스님이 욕심 내지 말고 살라고 당부하는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진양호 일주도로를 도는 데는 2시간이면 충분하다. 지나가는 차량도 거의 없어 쉬엄쉬엄 맘 편히 느긋하게 다녀올 수 있는 코스다. 

 중앙·남해고속도를 경유, 진주 시가지에 진입하면 10분 이내에 호반로에 접근할 수 있다.

 kys@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86호(7월17일~7월23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