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35억6천만원짜리 '황소'는 어떤 그림?

기사등록 2010/06/29 18:02:19 최종수정 2017/01/11 12:06:09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서양화가 이중섭(1916~1956)의 유화 ‘황소’가 29일 평창동 서울옥션스페이스에서 열린 117회 경매에서 35억6000만원에 팔렸다.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45억2000만원에 판매된 박수근(1914~1965)의 ‘빨래터’의 기록을 깰 것으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그러나 낮은 추정가(35억~45억원)에 낙찰되며 싱겁게 끝났다.

 ‘황소’는 1972년 3월 현대화랑 인사동 전시에서 선보인 이후 38년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작품이다. 크기는 세로 35.3㎝, 가로 51.3㎝로 홍익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세로 30㎝×가로 41.7㎝)보다 크다.

 제작년도는 53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섭을 경남 통영으로 초대해 제작 여건을 제공한 공예가 유강열씨가 이중섭이 통영 시절에 제일 먼저 그린 소 그림이 바로 이 작품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고 서울옥션은 밝혔다.

 53년 환도 이후부터 54년 5월께 통영 시절은 이중섭 작품의 절정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 소 그림이 많이 그려졌고, ‘황소’가 통영 시절 제일 먼저 그려진 소 그림이라면 제작연도를 53년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소’는 이중섭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꿈틀거리며 화폭을 뛰쳐나올 듯 생동감 넘치는 황소의 몸짓을 기운차게 그렸다. 긴장한 몸은 빠른 필치의 선으로 휘둘러 그려냈고, 땅을 디딘 발에도 긴장감이 가득하다. 작품은 그 자체로 이중섭과 닮아있다는 평이다.

 이중섭은 ‘소’라는 소재를 다양한 형태로 반복적으로 그렸다. 소의 그림은 일정한 형식을 취한다. 대체로 왼쪽을 향해 나아가는 자세를 취한다. 머리를 왼쪽, 꼬리를 오른쪽에 배치한다. 소의 몸은 측면을 보이며 전진하는 모습, 얼굴은 정면을 향해 관객과 마주한다. 배경 묘사는 생략됐고, 몸은 선묘로 골육을 묘사한다.

 이번에 경매된 ‘황소’는 이중섭이 그린 소 그림의 대표적 형식을 취하면서도 다른 작품에 비해 완성도가 높다. 화면을 가득 채운 소의 형상은 이중섭답게 선묘 만으로 소의 골격과 근육을 표현했다. 특히, 빠른 필치로 속도감 있게 붓을 운용하면서도 꼼꼼하고 치밀하게 계획된 구성을 통해 그림을 그려냈다.

 이 작품은 몸집이 큰 황소의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포착했다. 앞 발 중 하나는 앞으로 뻗기 위해 움츠렸으며 뒷발은 하나를 앞으로, 하나를 뒤로 배치해 땅을 딛고 나가려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짙은 황색 톤이 전반적으로 두드러지며, 부분적으로 코와 성기 부분의 붉은색 톤이 강조된 점이 독특하다.

 산처럼 불룩 튀어나오도록 등을 곧추세우고 뒷다리로 팽팽하게 버티면서 앞다리를 들어 전진하는 소의 형상은 이중섭 소의 기본 도상이다. ‘황소’ 외에도 개인 소장품인 ‘흰소’, 홍익대박물관이 소장한 ‘흰소’가 이에 속한다. 모두 통영 시절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경매된 ‘황소’는 유화물감 외에도 에나멜 화이트가 사용됐다. 에나멜 화이트는 이중섭이 즐겨 사용한 재료다. 유화와는 다른 페인트와 같은 느낌을 준다. “점성이 높지 않아 빠른 필치가 가능했으므로 선을 위주로 소의 동세를 표현하는 데는 더 없이 좋은 재료였을 것”이라고 서울옥션은 설명했다.

 swry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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