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화랑과 공동 부스…6~9일 개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고서를 노끈으로 감았다. 익숙한 사물의 형태를 뒤집어 조각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 이승택(94)의 작품이 일본 교토에 선보인다.
갤러리현대는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일본 교토 국제회의센터(ICC Kyoto)에서 열리는 '아트 콜라보레이션 교토(Art Collaboration Kyoto·ACK)'에 참가한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아트페어에서는 일본 도쿄화랑(Tokyo Gallery + BTAP)과 공동 부스(GC21)를 마련한다. 갤러리현대는 이승택의 작품을, 도쿄화랑은 일본 모노하(物派)의 주요 작가 키시오 스가와 스스무 고시미즈의 작품을 소개한다.
한국의 '비조각(Non-Sculpture)'과 일본의 '모노하'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자리다.
두 흐름은 서로 다른 미술사적 배경에서 출발했지만, 전통적인 조각의 개념에 도전하고 사물과 물질, 공간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1932년생인 이승택은 조각을 돌이나 나무로 형태를 만드는 작업에 한정하지 않았다. 바람과 연기, 불처럼 형태가 없는 자연 현상을 작품으로 끌어들이고, 일상 사물을 묶거나 감아 새로운 조형적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교토 아트페어에서는 그의 대표적인 '묶기' 연작을 선보인다.
1985년 작품 '매어진 돌'은 돌에 홈을 파고 철사로 묶어 고드랫돌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만든 작품이다. 고서와 캔버스 등을 노끈으로 감아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낸 작업도 소개한다.
이승택에게 묶기는 단순히 사물을 고정하는 행위가 아니다. 사물이 지닌 본래의 형태와 성격을 바꾸고,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만드는 조형적 실험이다.
일본 모노하를 대표하는 키시오 스가(1944~)는 자연물과 산업 재료를 공간에 배치해 사물과 사물, 사물과 공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관계를 탐구해 왔다.
스스무 고시미즈(1944~)는 나무와 돌, 철 등의 재료를 절단하거나 결합하면서 물질의 고유한 성질을 드러내는 작업을 선보였다.
1960년대 후반 일본에서 등장한 모노하는 사물을 가공해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데 집중하기보다, 재료 자체의 성질과 사물 간 관계에 주목한 전위미술 운동이다.
이번 공동 부스는 1960~1970년대 동아시아 실험미술이 서구 현대미술과는 다른 환경에서 어떻게 조각의 개념을 확장했는지 살펴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승택은 2023~2024년 국립현대미술관과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로스앤젤레스 해머미술관을 순회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에 주요 작가로 참여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런던 테이트 모던과 뉴욕현대미술관(MoMA), 홍콩 M+,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2027년에는 뉴욕 디아 아트 재단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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