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이라더니 호텔로"…중국 워킹맘들 4시간 '호텔 피신' 유행

기사등록 2026/11/04 09:14:35
[서울=뉴시스] 육아와 가사에 지친 중국 워킹맘들 사이에서 가족 몰래 호텔을 빌려 혼자만의 휴식을 즐기는, 이른바 '호텔 피신'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유토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장인혜 인턴 기자 = 중국에서 육아와 집안일에 지친 워킹맘들이 가족에게 야근한다고 말하고 호텔에서 혼자 쉬는 이른바 '호텔 피신'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직장 업무와 육아, 가사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호텔 객실을 빌려 잠을 자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여성 A씨(34)도 그중 한 명이다. 남편과 시부모, 유치원생 딸과 함께 사는 그는 남편이 집안일과 육아를 돕더라도 집에서는 혼자만의 공간을 갖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결국 그는 가족에게 야근한다고 말한 뒤 퇴근길에 호텔을 예약했다.

A씨가 호텔에서 보낸 시간은 4시간이었다. 샤워하고 음식을 먹으며 책을 읽고 TV를 보는 동안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다. 그는 "100위안(약 2만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4시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며 "나 자신과 데이트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 경험을 공유한 게시물에는 약 2만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다른 여성들도 저마다의 이유로 호텔을 찾았다. 후난성 창사에서 일하는 한 여성은 매주 목요일 사무실 근처 시간제 호텔에서 가족들이 싫어하는 록 음악을 크게 듣고, 집에서는 먹기 어려운 중국 음식 뤄쓰펀을 즐긴다.

저장성 항저우에 사는 또 다른 여성은 출장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출장 중에는 혼자 거리를 걷거나 얼굴에 팩을 붙이고 TV를 몰아보며, 집에서처럼 끊임없이 "엄마"라고 불리지 않고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호텔은 단순히 잠을 자는 곳이 아니라 방해받지 않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상당수 여성은 남편의 코골이나 아이의 울음소리로 부족해진 잠을 보충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루 휴가를 내고 호텔을 찾은 한 여성은 "그냥 잠을 자면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었다"며 "그러면 내일은 다시 온전한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일부는 가족의 눈치를 보느라 호텔에 간 사실조차 숨겼다. 한 여성은 "남편은 베란다나 화장실에서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나는 아이가 볼까 봐 옷장 안에서도 마음 놓고 울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현상은 워킹맘에게 쏠린 가사 부담과도 관련이 있다. 중국 구인·채용 플랫폼 즈롄자오핀 산하 연구 기관이 2025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일하는 어머니의 3분의 1 이상이 하루 2시간 넘게 집안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아버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네티즌들은 "어떤 여성들에게 직장은 유일한 휴식처고, 집은 끝나지 않는 할 일 목록일 뿐", "엄마이자 직장인이고 아내이기 전에 한 사람의 인간"이라고 반응했다. 또 "다른 가족이 육아를 도와줘도 아이들은 결국 엄마를 먼저 찾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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