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드보라 인턴 기자 = 연차휴가 신청서 사유란에 적힌 '개인 사정' 네 글자를 둘러싸고 직장 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사생활까지 회사에 보고할 이유는 없다"는 직장인들의 반발과 "원활한 업무 조율을 위해 구체적인 파악이 필요하다"는 관리자 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모양새다.
최근 한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연차 사유를 '개인 사정'으로 적어 제출했다가 회사 대표로부터 면박을 들었다는 직장인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대표는 "업무 공백에 대비하려면 명확한 사유를 적어야 한다"며 "만약 회사가 직원의 요청을 거절하면서 이유 없이 '회사 사정'이라고만 둘러대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쏘아붙였다고 한다.
해당 사연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연차는 정당하게 보장된 법적 권리인데, 쉬는 이유까지 일일이 결재받아야 하느냐", "아픈 곳이나 가정사까지 드러내라는 것은 과도한 간섭"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관리자 중심의 실무진 사이에서는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정 시기에 휴가가 집중되거나 대체 인력 배치가 빠듯한 상황에서는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업무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개략적인 사유라도 공유되는 편이 낫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행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는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를 자유롭게 정해 청구하는 '시기지정권'이 보장되어 있으며, 사유 기재를 강제하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행사할 수 있는 '시기변경권' 역시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 한해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단순히 '사유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신청을 반려하거나 구체적인 사생활 공개를 강요하는 행위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연차 사유란 자체를 없애거나 간소화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만큼, 업무 공백 대비는 사유 캐묻기가 아닌 인력 대체 시스템 구축과 사전 업무 인수인계 문화로 풀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슈N] 일상 속 작은 마찰부터 사회적 갈등까지, 우리가 직면한 쟁점의 이면을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무심코 넘긴 행동'과 '누군가의 불편' 사이, 정답 없는 질문에 던져지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며 상식과 배려의 경계를 함께 고민합니다. 뉴시스 이슈N이슈팀은 단순한 논란 전달을 넘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공존으로 나아가는 건강한 담론의 장을 만들어갑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1sung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