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지휘하세요"…올트먼이 삼성에 건넨 13개 버튼 키보드

기사등록 2026/10/31 19:20:59 최종수정 2026/10/31 19:30:56

AI 작업 상태 불빛으로 확인…음성 지시·승인·거부 돕는 '코덱스 마이크로'

워크라우더와 공동 설계…기계식 스위치 13개·다이얼·조이스틱 탑재

삼성 사장단 50여명과 대담…"AI 단순 사용만으론 경쟁 우위 지속 어려워"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컴퓨터에 말로 지시하고 AI를 활용하는 세상에서는 키보드 전체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담았다."

샘 올트먼 오픈AI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31일 삼성 경영진에게 작은 키보드를 선물하며 한 말이다. 제품 이름은 '코덱스 마이크로(Codex Micro)'다. 글자를 입력하는 일반 키보드와 달리, 인공지능(AI)에 일을 지시하고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춘 장치다.

사람이 모든 명령을 일일이 입력하던 방식에서 AI에 작업을 맡기고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컴퓨터 사용 경험이 바뀔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선물로 해석된다.

올트먼 CEO는 이날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삼성 계열사 사장단 50여명과 'AI가 바꿀 다음 10년, 기업의 선택'을 주제로 대담했다. 대담을 시작하며 사회자에게 코덱스 마이크로 키보드를 건넨 그는 "실제로 코덱스를 더 빠르게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I가 일하는지, 답을 기다리는지…키보드 불빛으로 확인

오픈AI 공식 제품 설명에 따르면 코덱스 마이크로는 키보드 제작업체 워크라우더(Work Louder)와 함께 설계한 소형 입력 장치다. 오픈AI의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를 활용하는 작업 환경을 손쉽게 제어하도록 만들어졌다.

기계식 스위치 13개와 터치 센서, 회전식 다이얼, 조이스틱 등을 갖췄다. 블루투스나 USB-C로 컴퓨터와 연결하며, 공식 판매 페이지에 표시된 가격은 230달러(약 30만7000원)다.

핵심은 AI의 작업 상태를 보여주는 '에이전트 키'다. 6개의 키에 각각 대화를 연결해 진행 상황을 불빛으로 확인할 수 있다. AI가 작업 중이면 파란색, 완료된 결과를 아직 읽지 않았다면 초록색, 이용자의 승인이나 응답이 필요하면 황색으로 표시되는 식이다.

여러 작업을 맡긴 이용자가 대화창을 일일이 열어보지 않고도 어느 작업에 자신의 판단이 필요한지 살펴볼 수 있는 구조다. 해당 키를 누르면 연결된 대화로 전환할 수 있다.

자주 쓰는 기능도 별도 키로 실행한다. AI의 요청을 승인하거나 거부하고, 음성 입력을 시작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 등을 제공한다. 음성 입력에는 컴퓨터의 마이크를 사용하며, 기기 자체에 마이크가 내장된 것은 아니다.

조이스틱에는 코드 검토나 오류 수정 등 자주 사용하는 작업을 연결할 수 있다. 다이얼은 AI가 문제를 얼마나 깊이 검토할지에 해당하는 추론 수준을 조절하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복잡한 메뉴를 오가는 대신 손끝으로 AI 작업을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송용호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AI센터장에게 '코덱스 마이크로 키보드'를 선물하고 있다. (사진=오픈A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I 쓰는 것만으론 부족"…활용 방식이 경쟁력 가른다

올트먼 CEO의 선물과 발언은 AI 시대에 사람이 컴퓨터를 다루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보여준다. 코드를 직접 입력하는 시간을 줄이고, AI에 목표를 설명한 뒤 작업을 확인하고 필요한 결정을 내리는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삼성 사장단에 전한 경영 메시지도 AI의 도입 자체보다 활용 방식에 무게를 뒀다.

올트먼 CEO는 "앞으로는 단순히 AI를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경쟁 우위는 AI를 어떻게 활용해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며, 경쟁사보다 앞서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번 간담회를 전사적 AI 전환(AX)을 위한 사장단 교육의 일환으로 마련했다. 사장단은 간담회에 앞서 흩어진 경영 자료를 AI로 정리해 자신만의 지식저장소를 구성하는 등 생성형 AI 실습 교육도 받았다.

양사의 협력은 AI 인프라에서 업무 활용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와 오픈AI는 지난해 10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관련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으며, 올해 7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를 방문했다.

올트먼 CEO는 이날 "삼성과의 지속적인 협력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 양사가 힘을 합쳐 고품질 AI를 전 세계에 대규모로 제공할 기회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dong8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