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명의 도용 의심하며 112 신고
피해자 쫓다 뒤에서 밀어넘어뜨려
"현행범 체포하려던 것" 주장 배척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외국인 배달기사가 타인 명의를 도용해 일한다고 의심해 경찰에 신고한 뒤, 현장을 피하려는 피해자를 쫓아가 밀어 넘어뜨린 30대 배달기사에게 벌금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권소영 판사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김모(36·남)씨에게 지난 8일 벌금 5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 1월 13일 오후 2시38분께 서울 성북구의 한 도로에서 외국인 배달기사 A(25·남)씨를 뒤에서 밀어 넘어뜨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당시 배달 업무를 하러 간 건물에서 마주친 A씨가 한국인 명의를 도용해 배달한다고 의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A씨에게 "왜 외국인이 배달일을 하냐"며 시비를 걸며 A씨가 갖고 있던 배달 영수증을 빼앗아 112에 신고,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A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려고 하면서 이들은 실랑이를 벌였다. 김씨는 자신을 피해 도망치는 A씨를 쫓아가 뒤에서 밀어 넘어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재판에서 피해자를 붙잡는 과정에서 넘어진 것으로 폭행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행범을 체포하기 위한 행위라 위법성이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권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 판사는 김씨가 당시 A씨 명의 도용 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설령 타인 명의라 하더라도 그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인지 불분명하다고 봤다.
또한 단순히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배달 플랫폼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조사 결과 A씨는 당시 타인 명의로 배달 업무를 수행한 것은 맞지만, 불법체류 상태는 아니었다.
권 판사는 김씨에게 폭행 고의가 인정되고, 범죄가 명백해야 하는 점 등 현행범 체포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김씨가 피해자를 붙잡으려던 목적이나 넘어뜨린 행동 등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양형에 대해선 "김씨가 피해자를 폭행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 받지 못했다"며 "다만 범행 경위에 다소 참작할 사정이 있고 폭행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은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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