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겨눈 공정위②] 물가보다 더 오른 라면·치킨…'담합 적발' vs '가격 압박'

기사등록 2026/10/31 10:00:00 최종수정 2026/10/31 10:38:24

1~9월 라면·치킨 물가, 2021년 동기보다 25.9%·28.7%↑

전체 물가 상승률 17.0% 웃돌아…민생 담합 조사 집중

"소비자 보호는 본연의 역할…기업 압박 목적이면 문제"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서울 시내 치킨매장의 모습. 2026.10.01. mangusta@newsis.com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최근 5년간 라면과 치킨 가격이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가파르게 오른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먹거리 담합 의혹을 잇달아 조사하고 있다. 서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담합을 조사하는 것은 경쟁당국의 역할이지만,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기업 압박이라는 논란을 피하려면 구체적인 증거로 위법행위를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뉴시스가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의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라면 지수는 평균 127.29, 치킨 지수는 131.53으로 2021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9%, 28.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7.0%로, 라면과 치킨의 상승률이 각각 8.9%포인트(p), 11.7%p 높았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평균 가격 수준을 100으로 놓고 산출한다.

치킨은 2022~2025년 4년 연속 전체 물가보다 높은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라면은 2024년 3.4% 하락했지만 지난해 5.0% 상승해 연평균 지수가 하락 이전인 2023년 수준을 넘어섰다.

올해 9월 전년 동월 대비 물가 상승률은 라면 2.0%, 치킨 1.7%로 전체 물가 2.9%보다 낮았다. 최근 상승세가 둔화했어도 수년간 쌓인 가격 부담은 남아 있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먹거리 물가 안정과 담합 대응을 주문해 왔다. 지난달 30일에는 닭고기 가격 하락에도 치킨값은 내려가지 않는다는 취지의 기사를 공유하며 "한번 점검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후 공정위는 치킨업계 현장조사에 나섰고, 중점조사기획단도 가공식품에 이어 라면 담합 의혹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0.27. suncho21@newsis.com

생활 밀접 분야의 담합을 먼저 조사하는 방향은 경쟁정책의 목적에 맞는다는 평가다. 담합으로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올랐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이 소비자 후생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쟁정책의 목적이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것이고, 핵심적인 것이 담합"이라며 "민생경제가 어려울 때 이 부분에 집중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만큼 담합 혐의 입증이 관건이다.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을 넘어 경쟁사 간 위법한 합의가 있었는지를 충분한 증거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관건은 담합 혐의에 실체가 있는지에 달려 있다. 공정위가 얼마나 충분한 혐의를 갖고 조사하고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위법행위를 적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에 간접적인 압박을 가하는 효과를 노린다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 대상과 방법을 정하는 것은 공정위의 재량이지만, 그 권한도 법이 부여한 목적과 적정한 절차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사 자체로 기업에 부담이 발생하는 만큼 착수 근거와 조사 방식의 합리성도 중요하다.

담합 제재가 향후 법원의 심사에서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 적용과 입증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0월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세종심판정에서 첫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10.01. ppkjm@newsis.com

공정위 출신 한 인사는 "공적인 결정은 상황이 달라져도, 법원에 가더라도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제재가 법원에서 뒤집히면 결과적으로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교환 담합 규정에 대해서도 "명시적인 법적 근거가 생겼지만 그 규정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법원 판단에서 부족한 부분이 확인되면 이를 보완해 다음 법 집행에 반영하는 식으로 차근차근 입증을 쌓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혐의를 분석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위법 여부는 확보한 자료를 검토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혐의를 분석해 조사에 착수한다. 다만 조사에 나가기 전에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자료를 보고 검토해서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부담을 둘러싼 우려에 대해서는 "그런 비판은 경쟁법의 특성상 예전부터 계속 있었던 부분"이라며 "저희도 그런 것을 인식해서 최대한 혐의를 분석하고 조사를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뉴시스] 임하은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rainy71@newsis.com 202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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