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앞 휘발유 붓고 도주"…역삼 방화범 살인미수 혐의도 적용(종합)

기사등록 2026/10/29 09:17:53 최종수정 2026/10/29 09:32:24

경찰 "휘발유 17L 사전 구입·계약 종료 통보 등 계획범죄"

"겁만 주려 했다" 주장에 사망 가능성 알고도 방화 판단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물 2곳에 불을 질러 총 19명을 다치게 한 70대 남성 피의자 이모씨가 29일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공소청으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2026.10.29.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신항섭 이예인 인턴 기자 = 서울 강남구 역삼동 특허법인 사무실 두 곳에 불을 질러 26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이 29일 살인미수와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공소청에 송치됐다. 경찰은 이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고 사망에 대한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오전 7시35분께 이모(77)씨를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 당시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만 적용했으나, 수사 과정에서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53분께 A특허법인이 입주한 한양빌딩 4층 사무실 출입구 앞 바닥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이어 11시59분부터 낮 12시1분께 B특허법인이 있는 신명빌딩 3층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불을 질렀다. 이 불로 A법인 관계자 15명, B법인 관계자 11명 등 모두 26명이 기도화상 등 상해를 입었다.

경찰은 이씨가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된 바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9월24일부터 10월5일 사이 주거지 인근 상점에서 식초 1통(15L)과 까나리액젓 1통(9㎏), 라이터 2개를 구입했다. 범행 전날인 10월19일에는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 17L를 사 미리 구입한 통 2개에 채웠다.

이씨는 10월15일 휴대전화를 해지했고, 임대차 계약 만기가 9개월이나 남았는데도 집주인에게 계약 종료 의사를 전달했다.

범행 전날에는 집에 있던 짐을 수차례 폐기했으며, 범행 당일 보증금을 돌려받고 나오면서 집주인에게 "사기를 쳤으면 가만히 있으면 안 되죠"라고 혼잣말을 했다고 한다.

범행 동기와 관련해 이씨는 검거 초기부터 특허법인들이 허위 특허증을 발급해 주는 등 사기를 친 것에 불만이 있어 겁을 주고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이씨는 "겁을 주려고 했을 뿐"이라며 사람을 다치게 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그 외의 범행 동기나 목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씨가 불을 지르기 전 특정인의 근무 여부를 묻고 사람이 내부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직후 범행했고, 다른 법인에서도 범행 전 사무실에서 나오는 다수의 사람과 마주쳐 내부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았던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또 이씨가 두 법인의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 앞에 상당량의 휘발유를 붓고 망설임 없이 불을 붙인 점, 불길이 크게 번졌는데도 비상벨을 누르거나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그대로 도주한 점을 들어 사람이 숨질 수 있다는 점을 알고도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두 법인의 사무공간은 각각 80~90평 규모의 개방 구조여서 방화 직후 불길이 내부로 순식간에 번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범행 후 도주했다가 같은 날 오후 4시16분께 종로구 동묘앞역 10번 출구 앞 노상에서 긴급체포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2일 이씨에 대해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씨는 앞서 2022년 12월 강남구 건물 3층의 특허법인과 특허법률사무소 두 곳을 찾아가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를 켜는 동작으로 위협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8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이씨의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신상은 다음 달 3일 오전 9시부터 30일간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경찰은 송치 이후에도 공소청과 협력하고 피해자 보호와 지원에도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이씨는 모자와 마스크 없이 안경을 쓴 채 수서서 유치장을 나섰다. 호송차에 오르기 전 취재진에게 "특허 사기를 수서경찰서에 이야기했는데 수사를 안 한다. 이런 나라가 어디 있냐"고 말했다.

'특허법인 사람들을 죽이려고 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는 "그 얘기는 그만하고"라고 답했다. 피해자에게 미안하지 않으냐는 거듭된 물음에는 "그 얘기 그만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gseob@newsis.com, yein02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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