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 중반대 성장 가능성…국민소득 4만 달러 확실시
민간 소비는 마이너스 전환…K자 양극화, 고용 부진 영향
물가 상승세 자극할 수 있는 경기 부양책은 활용 어려워
"수출 기업 실적 경제 전반으로 확산돼야 소비 늘 수 있어"
정부 "고용이 늘어야 소비 회복 가능…3대 사회정책 추진"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반도체 수출 호황의 영향으로 올해 우리 경제가 3% 중반대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12년간 3만 달러 대에 머물렀던 1인당 국민소득은 4만 달러 진입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성장과 소득의 개선세가 확연한 상황에서도 소비는 오히려 점점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내수 업종의 개선세는 여전히 미약한 상황이고 고용 부진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수출 기업들의 성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해야 K자 양극화를 해소하고 수출·내수의 성장이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기 대비 1.0%, 전년 동기 대비로는 3.4% 성장했다. 1분기 1.8%, 2분기 0.6%(전년 동기 대비 3.8%, 3.7%)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올해 3% 중반대 성장률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쳐 경기가 급반등했던 2021년(4.7%) 이후 5년 만에 3% 넘는 성장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소득도 크게 뛸 전망이다. 올해 남은 기간 환율이 1300원대를 유지할 경우 1인당 국민총생산(GNI)은 4만4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4년 3만 달러를 돌파한지 12년 만에 4만 달러 진입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 따르면 1인당 GDP는 현 정부 임기 중인 2028년 5만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고성장을 견인한건 반도체 수출이었다. 올해 1~9월 누적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8% 증가한 8147억 달러로, 지난해 연간 수출액(7093억 달러)을 이미 넘어섰다. 올해 수출 1조 달러 가능성도 커졌다. 9월까지 누적 반도체 수출액은 3403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내수 경기는 오히려 점점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소비 증감률은 1분기 0.6%(전년 동기 대비)에서 2분기 0.4%, 3분기 -0.2%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정부는 자동차 업계 파업과 기저효과 등 특이 요인으로 3분기 소비가 마이너스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종에서는 경기 개선세가 미약하고, 고용 부진도 지속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성장에서 반도체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소비 등 내수가 부진할 때 재정 지출과 정책금융 공급 확대 등을 통해 경기를 보완하는 방법을 주로 썼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통해 내수경기를 진작했다.
하지만 올해는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 확장 국면이라는 점이 다르다. 경기 부양책을 사용할 경우 물가 급등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더 크다. 이 때문에 정부는 현 상황에서 수요를 과도하게 자극하는 정책 수단을 사용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가 시차를 두고 경제 전반으로 환류되면서 내수 경기도 회복세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병희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소비가 4분기에는 다시 증가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 현금 배당이 4분기에 예정이 돼 있고, 내년 1분기에는 성과급 지급이 예상돼 있어서 그 효과가 4분기에 먼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민간 소비 회복이 예상된다"고 말햇다.
실제로 올해 기록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주 환원 규모를 대폭 늘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현금배당 30조원 이상, 자사주·매입 소각 60조원 이상 등 10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100조원 넘는 주주환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년 반도체 생산 물량이 늘면 수출 기업의 성과가 소재·부품·장비 등 연관 산업으로 확산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재정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을 늘려주기보다는 수출 기업의 성과를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는 방식으로 내수 회복세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성장률이 높아지고 있고,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가 많이 생기는 만큼 시차를 두고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내수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일시적으로 소비를 늘리고 지속되지 않는 정책은 재정 부담만 키울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반도체 부분에서 소득이 늘어나고 있으니, 그걸 다른 분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을 했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반도체 업체 직원들이 그 지역에서 집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보다는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있는 정책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기업의 실적은 고용 경로를 통해 가계로 파급되는 만큼 고용 여건 개선에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 소득이 회복돼야 소비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 국장은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민생 경제 부분에 좀 더 정책적인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결국은 고용이 많이 되고 임금이 지급돼야 소비도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자리 등 3대 핵심 사회정책에 더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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