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권 분산배치 알고도 보고 누락
현장점검 앞두고 관련 메일도 삭제
로또 우선계약 대상 14만명 확대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복권사업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이 전자복권의 1등 당첨권 분산배치 구조를 알고도 복권위원회에 보고하지 않고, 현장점검을 앞두고 관련 메일까지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권위는 동행복권에 위약벌 3000만원을 추가로 부과하고 관련 책임자의 인사조치를 요구했다. 복권 발행·관리의 투명성을 확인하기 위해 감사원에 감사도 청구했다.
기획예산처 복권위원회는 27일 이 같은 내용의 수탁사업자 위약벌 부과안 등을 전날 전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상품은 구매 즉시 당첨 여부를 확인하는 즉석식 전자복권 '트리플럭'이다. 종이 복권을 긁는 대신 인터넷에서 전자적으로 당첨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트리플럭은 2010년 출시 때부터 1등 당첨권이 전체 판매 물량의 특정 구간에 몰리지 않도록 분산 배치하는 구조로 설계·운영됐다.
복권위는 1500만장을 발행하고 1등 당첨권이 4장일 때 판매 물량을 네 구간으로 나눠 구간마다 1등 당첨권을 한 장씩 배치하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완전 무작위 방식에서는 극단적으로 판매 초기에 1등 당첨권 네 장이 모두 나올 수도 있다. 당첨권 수와 전체 발행량이 같더라도 당첨권을 배치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복권위는 전체 발행량 대비 1등 당첨권 비율은 375만분의 1로 유지됐지만, 당첨권 배치의 무작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복권위 사무처는 지난해 1월 해당 구조를 인지한 뒤 같은 해 7월 기존 배치 제한을 없애고 완전 무작위 방식으로 개선했다.
또 같은 달 동행복권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시스템 구조 개선 지연 등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지난해 9월 위약벌 3000만원을 부과했다.
이번 추가 제재는 이후 드러난 보고 누락과 은폐 시도에 따른 것이다.
복권위는 올해 8월 말 추가 제보를 받고 9월 현장점검에 나섰다. 점검 결과 동행복권 내부에서는 2024년 7월 이미 당첨권 배치 구조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지만 복권위에 보고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7월 현장점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관련 메일을 삭제하는 등 은폐를 시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복권위는 계약상 주의의무를 거듭 위반했다고 판단해 위약벌 3000만원을 추가 부과했다. 두 차례 부과된 위약벌은 총 6000만원이다.
복권위 관계자는 위약벌 규모에 대해 "위·수탁계약서에 의거해서 제재하게 돼 있다"며 계약상 가장 큰 위약벌이 30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복권위는 동행복권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별도로 전자복권 개편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로또복권 판매점 우선계약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의결했다.
추가 대상은 참전유공자 배우자 약 13만명과 지원공상군경 및 유족 약 1만명 등 총 14만명이다.
복권위는 이달 말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 2월 공포를 추진한다. 실제 적용 시점은 최종 개정 내용에 따라 안내할 예정이다.
우선계약 대상이 된다고 판매점 운영권이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상자 가운데 추첨으로 판매인을 선정한다. 지난해 경쟁률은 약 26대 1이었다.
내년도 온라인복권 판매인 재계약 대상은 9169명이다. 계약기간은 내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다.
재계약에는 구매자가 계좌이체나 복권교환권으로 결제하려 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판매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반영했다.
판매인의 권익 보호 절차도 보완한다. 판매정지나 계약해지 등 불리한 조치를 통지받은 판매인은 14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수탁사업자는 이의제기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처리 결과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복권법령 위반을 이유로 계약이 해지된 뒤 무죄판결을 받아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던 조항은 삭제했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차관은 "복권사업의 공정성과 신뢰를 강화하고, 보훈대상자와 복권판매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한편, 복권의 나눔·기부 가치를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yeod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