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고양 킨텍스서 열린 두 번째 내한공연 리뷰
26일 오후 경기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 10홀. 1년9개월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은 미국 싱어송라이터 벤슨 분(Benson Boone·24)의 도약은 '벤슨 붐'이라고 부를 만큼, 여전히 제트기의 폭발을 연상케 할 만큼 역동적이었다. 그러나 이날 목도한 그의 공중제비는 단순한 곡예나 쇼맨십의 과시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이 끌어안은 가장 깊은 두려움과 결핍의 심연을 정면으로 통과하려는 자가 펼쳐 보이는 '마음의 도약'에 가까웠다.
새 월드 투어 '원티드 맨(Wanted Man)'의 일환으로 펼쳐진 이번 두 번째 단독 내한공연은 차세대 팝스타로 우뚝 선 분의 비약적인 음악적 성장과, 역설적으로 그가 끝내 잃지 않은 무구한 결기가 팽팽하게 맞물린 무대였다. 월요일 밤 3600여 명의 관객이 운집한 현장은 오프닝 '소리 아임 히어 포 섬원 엘스(Sorry I'm Here for Someone Else)'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푸른 조명 아래 유려한 건반 연주와 날카로운 고음을 쏟아낸 '미스터 일렉트릭 블루(Mr Electric Blue)', 둔중한 리듬 위 관능적인 가성을 얹은 '원티드 맨'은 그가 보컬리스트로서 얼마나 단단한 골격을 갖췄는지 입증했다. 록밴드 퀸의 프레디 머큐리를 연상시키는 무대 장악력으로 스탠딩 마이크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던 그는 '테이크 미 홈(Take Me Home)'의 노랫말 끝자락을 "테이크 미 홈, 코리아"로 바꿔 부르며 객석과의 심리적 거리를 단숨에 지워냈다.
한국 체류 5일째라며 "한국어로 '사랑해'를 어떻게 말하느냐"고 묻고, 플로어석 관객의 귓속말에 귀를 기울이던 모습은 그가 사람과 소통을 대하는 태도를 투영했다. 한국식 바비큐와 스시, 치킨을 언급하는 엉뚱한 농담으로 장내를 무장해제 시키다가도, 객석에서 건넨 태극기를 양손에 단단히 쥐고 펼쳐 들며 눈을 맞출 땐 한없이 다정한 친구였다. 노래가 끝난 뒤 이어지는 한국 관객 특유의 침묵에 대해 "10초간의 고요 속에서 여러분이 건네는 말을 온전히 들을 수 있어 참으로 아름답다"며 귀를 기울이는 대목에선 무대와 객석의 위계가 사라졌다.
분의 음악이 지닌 진짜 힘은 화려한 에너지 뒤편에 자리한 연약함을 솔직하게 응시하는 윤리에서 비롯된다. 피아노 앞에 앉은 그는 히트곡 '인 더 스타스(In The Stars)'를 부르기 전, 상실이라는 인간 본연의 조건에 대해 조용히 읊조렸다.
"우리가 세상 어디에 있든, 어떤 언어를 쓰든, 피부색이나 돈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일생 동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나 장소, 대상을 반드시 잃게 마련이고 그것은 결코 피할 수 없습니다. 이 노래는 저의 찢겨나간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썼지만, 여러분은 제 삶의 사람이 아닌 여러분 삶 속의 누군가를 떠올려 주셨으면 합니다. 이미 잃어버렸거나 결코 잃고 싶지 않은 누군가를요."
자신의 가장 밑바닥 공포를 담은 '마이 그레이티스트 피어(My Greatest Fear)'를 부르기 전 털어놓은 고백도 같은 궤를 그렸다. "가장 두려운 것은 무대에 걸어 나왔을 때 아무도 없는 텅 빈 광경을 마주하는 것, 즉 여러분을 잃는 것"이라는 그의 말은 어떤 수사보다 절박했다. 맹렬한 승부욕 이면에 자리한 사람에 대한 갈망이자, 자칫 진부하게 들릴 수 있는 감정을 진실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순간이었다.
부모를 향한 애틋함을 담은 '마마 송(Momma Song)', 격정적인 감정의 파고를 그려낸 '크라이(Cry)'를 지나 마침내 도달한 종착지는 대표곡 '뷰티풀 싱스(Beautiful Things)'였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까 두려워 신에게 매달리면서도, 끝내 온 힘을 다해 사랑하겠노라 절규하는 그의 목소리는 킨텍스의 천장을 뚫을 듯 포효했다.
공중제비를 돌며 솟구쳐 오를 때, 그는 중력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짊어진 삶과 상실의 무게를 온몸으로 끌어안고 있었다. 상실의 숙명을 피할 수 없다면 그 결핍마저 '아름다운 것들(Beautiful Things)'의 일부로 긍정하겠다는 청년의 외침. 그것은 잘 훈련된 팝스타의 쇼를 넘어, 연약한 마음들이 서로의 존재를 온전히 확인하는 가장 온전한 형태의 연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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