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니 5집 '브레이크 이븐(BREAK EVEN)' 발매
"습관성 친절은 유죄"…백일몽 깨부수는 호루라기 사이렌
모카 빈자리 채운 4인 체제의 결연함
"모카 마음까지 담아 무대 채웠죠"
그룹 '아일릿(ILLIT)'의 노래가 지닌 중독성은 단순히 귀에 맴도는 후렴구나 숏폼용 리듬에만 머물지 않는다. 상대의 애매한 태도에 혼자 마음을 쏟아붓다 마주한 헛헛함, 즉 '설렘과 오해 사이의 낙차'를 가장 솔직하고 감각적인 대중음악의 언어로 풀어낼 때 생기는 공감의 힘이다.
아일릿은 26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열린 미니 5집 '브레이크 이븐(BREAK EVEN)'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이전과 다른 태도를 내세웠다. 좋아하는 상대를 향해 무작정 직진하던 소녀들이, 이제는 "손해 보는 관계는 더 이상 이어가지 않겠다"며 당찬 손익 계산서를 내밀었다.
타이틀곡 '체포하겠어'는 귀에 쏙 꽂히는 일렉트로 팝이다. 곡 전체를 관통하는 호루라기 소리는 달콤한 백일몽에서 깨어나라고 울리는 경고음처럼 작동한다. 무대 위 멤버들은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고 호루라기를 입에 물며 달아나는 상대를 뒤쫓는 재치 있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원희는 "타이틀곡 '체포하겠어'는 습관처럼 친절을 베풀어 나를 착각하게 만든 상대에게 직접 관계를 끝내겠다고 건네는 당찬 경고장"이라며 "전작 곡들에 나왔던 이야기들이 가사 곳곳에 숨겨져 있어, 단서(crime signs)를 찾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럽게 팀의 정체성인 '아일릿코어'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데뷔곡 '마그네틱(Magnetic)'에서 상대를 향해 속절없이 끌려가던 마음을 노래했다면, 이번에는 내 마음을 함부로 대하는 상대에게 단호하게 '정지'를 외치며 한 뼘 자란 모습을 보여준다.
윤아는 달라진 콘셉트에 대해 "현재 제가 생각하는 아일릿코어는 한 가지 틀에 갇혀 있지 않다"며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팀명처럼, 지금 보여드리는 모든 모습이 바로 아일릿코어예요. 앞으로도 스스로 스펙트럼을 넓혀가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투어 앙코르 무대에서 선공개된 후 화제를 모았던 무대 의상과 콘셉트에 대한 생각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일부에선 의상이 경찰을 떠오르게 한다며 이미지를 격하했다. 그런데 이번 앨범에서 멤버들은 비밀 임무를 맡은 '블랙 요원'으로 변신해 엉뚱하면서도 진지하게 사건을 파헤친다.
이번 컴백은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잠시 멈춘 모카가 빠진 채 4인 체제로 진행됐다.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무대를 채우려는 멤버들의 표정에는 단단한 각오가 묻어났다.
민주는 "처음으로 4인 컴백을 준비하다 보니 모카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고 아쉬움도 컸다"라면서도 "모카가 만날 때마다 콘텐츠를 잘 챙겨보며 멋있다고 응원을 많이 해주고 있어요. 이번 활동은 4명이서 하지만 모카의 마음까지 담아 무대를 꽉 채우겠다"고 전했다. 이로하 역시 "모카 언니가 빨리 팬분들 곁으로 돌아오기 위해 열심히 회복 중이에요. 최근에도 다 같이 모여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누구에게나 남의 호의를 사랑으로 오해해 혼자 속을 끓였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아일릿은 그 씁쓸하고 낯부끄러운 마음을 감추지 않고 통쾌한 추격극의 놀이로 무대 위에 펼쳐놓는다. 실패한 관계를 자책으로 끝내지 않고, 다음 인연을 만나기 위한 산뜻한 과정으로 넘겨버리는 이들의 씩씩한 태도가 듣는 이의 마음까지 기분 좋게 무장해제시킨다. '체포하겠어' 뮤직비디오 마지막엔 배우 송강이 깜짝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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