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작성하지만, 근무시간·시급만 안내 받아
유학생 30만명 돌파…취업 전 노동법 교육 의무 없어
전문가 "대학에서 기초교육·전담 신고창구 마련해야"
[서울=뉴시스]오영주 수습 기자 = 국내 외국인 유학생이 3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부 유학생들이 주휴수당과 퇴직금 등 기본적인 노동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취업 전 노동법 교육도 의무화돼 있지 않는 데다 언어 장벽과 체류 불이익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부당한 처우를 받더라도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중에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하면서도 주휴수당과 퇴직금의 지급 요건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도 임금과 근무시간 등 기본적인 조건만 안내받을 뿐, 노동법상 권리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들어봤어도, 잘 몰라'…생소한 노동자의 권리
미얀마 출신으로 서강대 전자공학과에 재학 중인 에이난 다린(27)씨는 지난 9월부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는 주휴수당과 퇴직금에 대해 "제도가 있다는 것은 들어보긴 했지만 정확한 지급 조건이나 계산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주휴수당이나 퇴직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지는 못했고 주로 근무 시간이나 시급, 업무 내용에 대해서만 안내받았다"며 "관련 노동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당시에는 따로 질문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민대에서 한국어교육학을 공부하는 에마리(28)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1월부터 주 16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주휴수당 제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근로계약서 작성 과정에서도 관련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한양대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카자흐스탄 출신 굴사라(19)씨는 주 14시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는 주휴수당이나 퇴직금 등 제도에 대해 "설명을 해줘도 이해하지 못하거나 못 알아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언어 장벽에 체류 불이익 우려… 부당 처우에도 '속앓이'
외국인 유학생들이 기본적인 노동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배경에는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 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주휴수당은 근로시간과 출근 여부 등에 따라 지급 요건이 달라진다.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자신이 수당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인지부터 판단하기 어렵다.
경제적으로 아르바이트에 의존하는 유학생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 노동권 침해를 겪더라도 사업주와 갈등을 빚거나 신고에 나섰다가 체류에 불이익이 생길 것을 우려해 대응에 주저할 가능성도 있다.
한양대 관광학과에 재학 중인 미얀마 출신 쩍야민뚜이고(25)씨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하고 있다. 그는 "경제적으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부당하다고 느끼는 일이 있어도 쉽게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토로했다.
◆유학생 30만명 시대…취업자도 증가세
외국인 유학생 증가로 노동시장 참여도 확대되는 추세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2026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고등교육기관 외국인 유학생은 30만746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25만3434명)보다 5만4030명(21.3%) 늘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5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서도 외국인 유학생 취업자는 2024년 2만명에서 2025년 2만3600명으로 18.2% 증가했다.
외국인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사업주들도 언어 장벽과 복잡한 행정 절차를 어려움으로 꼽았다.
지난 5월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이 사업주 1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4.3%는 외국인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고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아르바이트생 고용의 어려움으로는 '서류 준비 등 고용 관련 절차의 어려움'(53.2%)과 '명확한 의사소통의 어려움'(51.6%)이 주로 꼽혔다.
다만 유학생과 취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취업 전 노동법 교육은 별도로 의무화돼 있지 않다.
법무부에 따르면 유학생에게 주휴수당과 퇴직금, 임금체불 구제 절차 등 노동법 전반을 설명하는 취업 전 의무교육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법무부 관계자는 "유학을 오는 분들은 고등교육과정에 있는 사람들이어서 노동·근로에 충분한 수준을 갖고 있다고 판단해 따로 교육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체류 불이익 우려에 속앓이…대학서 노동법 교육부터
전문가들은 유학생 신분이라는 특수성과 언어 장벽 등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노동법 정보 제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비자 갱신과 체류 문제 등이 얽혀 있어 불이익을 우려한 유학생들이 노동권 침해를 당하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인의 경우 근로관계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고 법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소통의 불편함 때문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며 비자 갱신 등 체류에 불이익이 생길 것을 우려해 사용자와의 갈등을 피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학생들이 처음 접촉하는 기관인 대학에서부터 기초적인 노동법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르바이트를 희망하는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 과정에서 1~2시간 정도의 노동법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다국어 노동법 안내와 외국인 전담 신고창구 등 실질적인 권리 구제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다양한 언어로 기본적인 노동권을 안내하고 부당한 처우에 대해 쉽게 상담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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