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전재경 기자 = SBS 아나운서 출신 김수민(29)이 기업 법무팀에서 새로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2021년 방송국을 떠난 뒤 결혼과 출산, 미국 로스쿨 유학을 거쳐 또 다른 분야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김수민은 지난 5월 미국 UCLA 로스쿨의 법학석사(MLS) 과정을 졸업했으며, 현재는 기업 내 법무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맡고 있다. 미국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여러 국가와 오가는 계약서를 검토하며 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
"계약 이해당사자 간의 긴장감을 이해하고, 양측 모두에게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계약서를 쓸 수 있도록 조항을 수정하는 일에 큰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하고,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적성을 발견했다.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에 대비해 계약 조항을 수정하고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을 마련하는 등 새로운 업무를 배우는 중이다.
"현재 업무 경험을 통해 제가 기본적으로 분쟁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실리주의적인 성향도 있으면서 분쟁 시에는 싸울 준비가 된 화끈함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었어요. 기업 내 법무팀 일이 제게 잘 맞는다고 느껴졌습니다."
아나운서 시절과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일하는 방식이다. 방송 섭외에 따라 출근 장소와 일정이 달라졌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업무를 볼 수 있다. 출퇴근 시간도 비교적 일정해졌다.
SBS 퇴사에 대한 솔직한 심경도 털어놨다. 아나운서라는 직함이 주던 특별함과 자기만족감이 컸던 만큼, 회사를 떠난 뒤에는 자신만의 강점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고 한다.
"SBS 퇴사 결정을 후회한 순간은 많죠." 그는 아나운서라는 직함이 주던 후광을 그리워할 때도 있다고 했다. 방송국을 떠나 새로운 진로를 준비하는 과정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美 로스쿨서 영어 작문에 눈물…두 아이 육아까지
미국 로스쿨에서는 평소 자신 있어 하던 글쓰기부터 어려움에 부딪혔다. 영어로 법학 답안을 작성하는 일이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기 때문이다.
"제가 가장 즐겨 하고 자신있어 하던 것이 글쓰기였는데 제가 영어로는 글을 너무 못 쓰더라구요."
법학 과목의 시험은 에세이 형식이었다.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암기하더라도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장학금을 유지하려면 평균 B+ 이상의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하고 싶은 말의 절반도 못 쓰고 나온 시험이 대부분이었고요." 시험을 마친 뒤 성적 걱정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 시간을 지나며 얻은 깨달음은 의외로 담담했다. "견디는 게 이기는 거다. 살아있다면 살아남은 거다."
두 아이를 키우며 학업을 이어가는 과정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나는 어디에 소속된 인간인가?" 프리랜서 방송인이자 글을 쓰는 사람으로 자신을 정의했지만,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아이들이 돌이 되기도 전에 어린이집에 보내기도 했고, 임신 중에도 밤새 공부했다.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고, 개인적인 공부와 자기계발에 드는 비용도 육아비보다 후순위로 밀렸다.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가족의 도움이었다. 남편은 야근 대신 새벽 출근을 선택하고 아내의 유학을 위해 육아휴직을 했으며, 양가 부모도 아이들을 돌보며 힘을 보탰다. "이 어려움을 극복한 것은 100% 남편의 지지와 지원 덕분이었어요."
◆"방송만큼 황홀한 일 없어"…복귀 가능성도 열어둬
기업 법무팀에서 새로운 길을 걷고 있지만 방송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김수민은 유학 기간을 포함해 카메라 앞에 서지 않은 지 약 1년이 지나면서 다시 방송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했다.
"아직 제게 방송만큼 황홀한 일은 없는 게 사실인 거 같아요." 홈쇼핑이나 라이브커머스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하는 일을 이어가면서 시청자들과 다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검사 생활을 마치고 개업 변호사가 된 남편과 함께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안도 생각 중이다. "마침 남편도 이제 공직자가 아닌 개업 변호사라 같이 뭐라도 찍자 꼬시고 있어요."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만큼 시청자들과 더욱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매체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일과 가정, 자신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김수민은 이를 '라이프 코어'라고 표현했다. 정신적 평온과 집중력을 지키고,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줄이며, 원하지 않는 일을 거절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다는 뜻이다.
"직함도, 소속된 회사도, 연봉도 제 가치를 전부 설명할 수 없더라고요." 그가 앞으로 지향하는 것도 자신만의 중심을 지키는 삶이다. "라이프 코어가 탄탄한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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