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물 국채금리 5.365%까지 올라…24년 만의 최고치
AI 인프라에 2032년까지 10조3000억달러 투자 전망…상환 능력 평가 엇갈려
21일(현지 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최근 2주 동안 1100포인트 넘게 하락해 20일 한 달여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지난 7일과 비교해 약 90포인트 낮아졌다.
미국 온라인 증권사 인터랙티브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전략가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 같은 대형 기술기업들의 주가 흐름이 증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이들 기술주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미국 주식시장 전체가 상승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AI 기업들이 빌린 돈의 규모도 크게 늘었다. 금융정보업체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아마존, 코어위브, 구글, 메타, MS, 오라클 등 AI 인프라 투자를 주도하는 6개 기업이 올해 8월 초까지 발행한 채권은 1930억 달러에 달했다. 2024년 이들 기업의 채권 발행액은 167억 달러였다.
앞으로 필요한 투자금도 막대하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2025년부터 2032년까지 데이터센터와 통신망 등 AI 인프라에 총 10조3000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를 수행한 스테인 판 니우어버르흐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 같은 투자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할 비중이 과거 운하와 철도, 전력망, 고속도로, 통신망 건설 붐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AI 기업들의 차입 부담을 키우는 주요 변수는 높은 국채금리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7일 장중 5.365%까지 올라 2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약 0.25%포인트 하락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기 전날인 2월27일 종가보다는 여전히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30년 만기 국채금리도 지난 8일 장중 5.733%까지 치솟았다가 이번 주 5.45% 아래로 내려왔다. 국채금리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최근 채권 가격이 반등하면서 금리가 다소 낮아졌지만, AI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자금 조달 여건이 이어지고 있다.
국채금리 상승에는 다른 요인들도 작용하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고,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증가도 국채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7%를 기록했으며, 국가부채는 40조3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9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목표 범위를 연 3.75~4.00%로 높였다. 더힐이 인용한 경제학자 100명 대상 설문에서는 응답자 전원이 12월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90% 이상은 이달 말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들은 새로 돈을 빌리거나 만기가 돌아온 빚을 다시 조달할 때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소스닉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AI 기업의 대규모 차입을 두고 데이터센터에 쏟아붓는 돈을 과연 회수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모두 큰 수익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투자회사 웨스트우드캐피털의 댄 앨퍼트 회장도 AI 산업이 부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토지의 임차료까지 차입금으로 충당하는 기업들이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들이 미래 수익을 기대하며 현재의 대규모 지출을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앨퍼트 회장은 AI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새로운 AI 모델이 등장하면서 기존 데이터센터 설비가 예상보다 빨리 낡은 기술이 될 수 있고, 이를 교체하려면 다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가 영원히 계속될 수 있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술주 분석가 댄 아이브스는 AI 산업 전체를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투자회사 요크빌아이브스앤드컴퍼니의 파트너인 아이브스는 현재 기술주 투자자들이 불안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은 AI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이브스는 AI 산업의 경쟁을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비유했다. 일부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해 시장에서 밀려나더라도 다른 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개별 은행이 실패한다고 은행 시스템 전체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라며 AI 산업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의 시장 흐름을 가를 변수는 기업 실적이다. 아이브스는 이번 주 발표되는 주요 기술기업들의 실적이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소스닉 전략가는 이르면 11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AI 개발업체 앤트로픽의 상장 성과도 단기적인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스닉 전략가는 통화긴축이 이어지면 차입 부담 때문에 AI 인프라 투자가 둔화하고 증시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미국 증시 전체가 AI 산업에 깊숙이 연결돼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투자자들이 심각한 공포에 빠진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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