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상대 소송
法 "경영상 판단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아"
"자기주식 공개매수, 주의의무 위반 아냐"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영풍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김석범)는 22일 영풍이 최 회장과 고려아연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를 배상하라며 제기한 주주대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고려아연 이사들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결정한 것이 선관주의의무나 충실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사는 경영에 관한 판단을 할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며 "법령 위반됨이 없이 합리적으로 이용 가능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 조사, 검토해 회사의 최대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신뢰해 경영상 판단을 했고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고려아연 이사들이 영풍 측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외부 법률자문과 법원의 가처분 결정 등을 검토한 뒤 공개매수 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을 결정한 점 등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그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 위반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특정 목적 임의준비금을 자사주 취득에 사용한 것이 상법과 정관에 위반된다는 영풍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법상 자사주 취득가액 한도 규정에 대해 "취득할 수 있는 가액의 회계관념상 총액 규모를 제한한 규정일 뿐"이라며 "주식 취득 자금이 어느 항목을 재원으로 한 것인지 여부를 갖고 위 규정 위반 여부를 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목적 임의준비금은 위 상법 규정이 열거하는 항목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 재원을 자기주식 취득 시 사용한 것이 법령 위반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고려아연 정관이 중간배당 시 특정 목적 임의준비금을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해당 정관 규정은 자기주식 취득에 유추적용할 수 없으므로 그 재원 사용이 정관 위반이라 할 수 없다고 봤다.
영풍은 2024년 9월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 이에 고려아연 이사회는 같은 해 10월 2일 주당 89만원에 자사주를 공개매수하기로 결의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최 회장 등 경영진의 지위를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합리성이 결여돼 이사들의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 주주총회 결의로 적립하는 특정 목적 임의준비금을 자사주 취득에 사용한 것은 상법상 자사주 취득가액 한도 규정에 위반되고, 주주총회 결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이를 사용한 것은 정관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영풍은 2024년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막아달라며 두 차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에 해당하지 않고, 자사주 매입을 위한 대규모 차입도 이사의 충실의무나 선관주의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도 영풍은 최 회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 3명을 상대로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및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 4005억원을 배상하라며 별도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심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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