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단지 위기 지역사회 전반으로 번져 수렁
H&L Advanced 출범 후 구조조정 가능성 우려
전문가 "실질대책 없으면 최악상황 이어질 것"
석유화학업체들이 수년간 이어지는 경영위기 속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리면서 이 곳에 의존하고 있는 지역경제가 휘청거리며 헤어날 기미를 찾지 못한 채 더욱 수렁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지난 9월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의 대산사업 통합으로 'H&L Advanced(에이치앤엘어드밴스드, 에이치앤엘)'가 출범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에 주민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역 상권은 손님과 매출이 함께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한때 서산의 활력을 떠받쳤던 대산단지가 이제는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9일 찾은 대산읍 상권은 위기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빈 점포와 원룸 공실이 늘고, 퇴근 후 북적이던 거리는 오후 6시만 되도 조용하다.
정구영 대산읍 상인회장은 "진짜 죽을 맛이다. 57년을 여기서 살았는데 이런 경기는 진짜 태어나서 처음이다"라며 "대산에 원래 빈 상가가 없었는데 지금은 빈 상가도, 가게 내놓은 곳도 엄청 많다"고 했다.
그는 "최근 새로 지은 건물도 대부분 비어 있다"며 "정부 지원은 기업들 얘기고 소상공인 지원은 일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고현상 플랜트노조 서산지부장은 "지난 지방선거 전 2만여 명이었던 조합원이 현재 1만1000명으로 줄어든 상태"라며 "일단은 일감 자체가 많이 줄었다. 공장이 가동을 조금씩 중단하고 있다 보니 조합원들도 외지로 많이 나간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서 일시적으로 현장에서 일하셨던 분들한테 50만원을 지급했었는데 돈보다 중요한 건 여기서 지속적으로 일하면서 생계를 꾸리는 것"이라며 "반도체와 조선업이 호황이라는데 우리도 다수의 전문인력을 양성·보유하고 있어 자연스런 연계가 가능하다. 이를 위한 시스템 구축과 기업과의 관련 협의를 위한 만남의 정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치앤엘 노조도 구조조정 가능성을 두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통합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글로벌 공급 과잉, 중국발 저가 공세, 고금리·고환율이라는 삼중고 속에 전례 없는 구조조정의 파고를 맞고 있다"며 "이러한 위기의 부담이 현장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현실을 수없이 목격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설비 축소, 공정 통폐합, 외주화, 인력 감축이 진행된다면 피해는 결국 노동자의 고용과 삶으로 향할 것"이라며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를 이유로 한 일방적 인력 감축과 고용 불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지역경제 전반의 위기감이 팽배해지는 가운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민들은 정부가 대산산단을 고용위기·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소상공인 지원은 전무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한서대학교 장현태 교수는 "에이치앤엘 출범은 정부나 기업 모두 생산을 줄여야하니까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일단은 공장을 새로 짓는 것 밖에 방법이 없는데 중국이 인건비 싸지, 생산단가 낮지. 거기다 이란에서 기름을 싸게 사오니 경쟁을 할 수가 없다. 정부가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최악인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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