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사케에 200년을 담다" 日 양조 명가 '키우치'가 지켜온 장인정신

기사등록 2026/10/21 18:00:00 최종수정 2026/10/21 18:22:23

키우치 주조 대표 직접 방한…서울서 시음 행사

1823년 사케로 출발…맥주·위스키로 영역 확대

사케 4종·위스키 1종 시음…전통 양조 철학 강조

[서울=뉴시스] 김상윤 기자 = 21일 서울 강남구 씨에스알 테이블에서 열린 일본 키우치 주조 시음 행사에 참석한 키우치 토시유키 대표와 키우치 주조의 주류 제품들. 2026.10.21. kims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상윤 기자 = "한국에서는 사케가 다음 붐(유행)이 될 것 같습니다."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씨에스알 테이블에서 열린 키우치 주조 시음 행사에서 키우치 토시유키 키우치 주조 대표는 한국 사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이같이 내다봤다.

그는 한식과 일식이 비슷한 점을 지니면서도 맛에는 차이가 있다며 사케 특유의 쌀 맛이 한식의 매운맛을 중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키우치 대표의 딸인 키우치 메구미도 참석했다. 현장에서는 2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키우치 주조의 양조 철학을 소개하고 전통 사케 '키쿠사카리' 4종과 위스키 '히노마루' 1종을 시음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키우치 주조는 1823년 일본 이바라키현 나카시에서 키우치 기헤이가 설립한 주조회사다. 에도막부에 납부할 연공미를 보관하던 가문이 남은 쌀로 사케를 빚기 시작한 것이 출발점이다.

이후 1996년 일본의 주세법 완화를 계기로 크래프트 맥주 양조에 뛰어들어 부엉이 로고로 유명한 '히타치노 네스트'를 선보였다. 히타치노 네스트는 이듬해 국제 맥주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키우치 대표는 "사케는 전통적으로 겨울철에 주로 양조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이것이 맥주 양조에 도전하게 된 계기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위스키 사업에도 진출했다. 2016년 제조를 시작해 2020년 야사토 증류소를 완공했으며 창립 200주년인 2023년에는 양조용 몰트 공장까지 갖추며 생산 기반을 확대했다.
[서울=뉴시스] 김상윤 기자 = 키우치 토시유키 대표(오른쪽)가 키우치 주조의 역사와 양조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키우치 대표의 딸인 메구미 키우치.  2026.10.21. kims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사케에서 맥주와 위스키까지 영역을 넓혔지만 키우치 주조가 강조하는 것은 전통적인 양조 방식이다.

이를 상징하는 단어가 일본어로 고집과 집착, 타협하지 않는 장인정신을 뜻하는 '코다와리(こだわり)'다. 품질과 원재료, 사람의 기술을 중시하는 철학으로 회사 홈페이지 주소에도 사용하고 있다.

키우치 주조는 지역에서 생산된 쌀과 직접 만든 누룩을 활용해 전통적인 양조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양조 알코올을 첨가하지 않고 쌀을 발효해 만드는 준마이 계열 사케를 고수하는 것도 특징이다.

사케는 쌀의 전분을 당으로 바꾸는 당화 과정과 알코올 발효가 동시에 진행되는 '병행 복발효'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를 통해 별도의 증류 과정 없이도 약 15~16도의 알코올 도수를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양조 철학은 이날 시음한 제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뉴시스] 김상윤 기자 = 이날 시음 행사에서 선보인 제품들. 왼쪽부터 '키쿠사카리 하루이치린', '키쿠사카리 야마하이 겐슈', '키쿠사카리 준마이슈', '히노마루 시그니처 1823', '키쿠사카리 준마이 타루자케'. 2026.10.21. kims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가장 먼저 맛본 '키쿠사카리 하루이치린'은 일반적인 사케와는 다른 첫인상을 남겼다. 살균 처리하지 않아 병 안에서 발효가 이어지며 은은한 기포가 발생하는 생사케다.

잔에 담긴 술은 살짝 뽀얀 빛을 띠었다. 입에 머금자 부드러운 탄산감과 함께 쌀에서 우러난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다. 사케임에도 샴페인을 연상시키는 산뜻한 청량감이 이색적이었다.

이어 시음한 '키쿠사카리 준마이슈'는 쌀 본연의 맛에 충실했다. 곡물 특유의 향과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으며 뒷맛은 깔끔했다. 흔히 사케라고 하면 떠올리는 익숙한 풍미에 가까웠다.

'키쿠사카리 준마이 타루자케'는 확연히 다른 개성을 드러냈다. 삼나무 통에서 숙성한 제품으로 입에 머금자 나무 특유의 향이 뚜렷하게 퍼졌다. 여기에 약간의 스파이시한 풍미가 더해졌다.

네 번째 사케인 '키쿠사카리 야마하이 겐슈'는 이날 시음한 사케 중 가장 묵직한 느낌이었다. 자연 유산균을 활용하는 전통적인 야마하이 방식으로 양조한 제품으로 도수는 17%다.

은은한 단맛보다는 깊은 감칠맛이 두드러졌으며 살짝 새콤한 맛과 발효 특유의 향도 느껴졌다. 앞선 제품들보다 복합적인 풍미를 지녔다.

키우치 대표 역시 가장 좋아하는 사케로 야마하이를 꼽았다. 그는 "야마하이는 맛이 매우 복합적인 사케"라며 "약 40도로 데워 마시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시음한 제품은 창립 200주년을 기념하는 싱글 몰트 위스키 '히노마루 시그니처 1823'이었다.

버번과 럼,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한 이 제품은 도수가 48%다. 달콤한 과일 향에 이어 강렬한 스파이시함과 바닐라 풍미가 느껴졌으며 끝에는 견과류와 오크 특유의 향이 남았다.

키우치 대표는 물을 조금 넣어 마시거나 식사 후 디저트와 함께 즐기는 방법을 추천했다.
[서울=뉴시스] 김상윤 기자 = 키우치 주조 시음 행사에서 선보인 사케와 위스키 제품들이 병에 담겨 놓여 있다. 2026.10.21. kims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시음한 사케 4종은 서로 다른 맛과 향을 지니고 있었지만 쌀에서 비롯되는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공통적으로 느껴졌다. 양조와 숙성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개성을 드러낸 셈이다.

키우치 주조가 맥주와 위스키로 사업 영역을 넓혀온 가운데 키우치 대표가 현재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주종은 여전히 사케다.

그는 일본에서 사케 소비가 장기간 감소하고 있다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 사케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키우치 주조는 200년 넘게 이어온 전통적인 양조 방식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주종에 도전해왔다. 다만 사케만큼은 원재료와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풍미의 균형을 중시한다는 설명이다.

키우치 대표는 "누룩과 효모 모두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두 요소의 균형이 중요하다"며 "과실향만 지나치게 강조하기보다는 균형 잡힌 사케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상윤 기자 = 일본 키우치 주조의 사케와 위스키 등 다양한 주류 제품들의 모습. 2026.10.21. kims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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