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AG 육상 100m서 아시아신기록으로 금메달
한국 스포츠의 새 역사를 쓴 장민호(안양시청)는 장애인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뒤에도 다음 질주를 이야기했다.
비장애인 아시안게임에 이어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도 트랙에 선 한국 스포츠 최초의 주인공이다.
시각장애 판정이라는 변화를 마주하고도 달리기를 놓지 않았던 그는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아시아 신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자신의 쉼없는 도전은 같은 질환을 가진 이들에게 전해줄 큰 선물이기도 했다.
장민호는 20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남자 100m T13 결선에서 10초48의 아시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오전 예선에서 10초61로 아시아 기록을 새로 쓴 데 이어 결선에서 기록을 다시 단축했다. 일본의 후쿠나가 료타가 10초72, 가와카미 슈타가 10초77로 뒤를 이었다.
5번 레인에서 출발한 장민호는 초반부터 빠르게 치고 나갔다. 일본 선수들이 추격했지만 후반 스퍼트에서 격차를 더 벌리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을 확인한 그는 태극기를 어깨에 두르고 환하게 웃었다.
지난달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혼성·남자 1600m 계주에 출전한 지 20여 일 만에 다시 선 국제무대에서 이번에는 금메달과 아시아 신기록을 함께 얻었다.
관심이 집중된 무대는 예상보다 부담스러웠다. 장민호는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은 적이 처음이라 솔직히 부담이 컸다. 경기장에 들어가서는 최대한 즐기려고 했다"며 "웃으면 긴장이 조금 풀려서 계속 웃으려고 노력했다"고 떠올렸다.
응원하는 관계자들과 호응하며 긴장을 풀었고, 생애 첫 장애인 국제종합대회에서 자신의 시즌 최고 기록을 냈다.
장민호는 고교 시절 장거리 선수로 뛰다가 육상을 그만뒀다. 2023년 단거리 선수로 돌아온 뒤 이듬해 전국체전에서 남자 100m와 200m, 400m 계주 3관왕에 올랐다.
그러나 다시 트랙에 선 그에게는 또 다른 변화가 찾아왔다.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그는 올해 초 장애 등급을 받았다.
어머니도 같은 질환을 가지고 있어 시력 문제를 예상했지만, 선수로서 장애를 알리고 장애인 육상에 도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비장애인 아시안게임과 장애인아시안게임에 모두 출전하기까지 준비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장민호는 장애 등급을 늦게 받은 탓에 국제 기준 기록을 통과하기 위해 스위스를 찾았고, 이탈리아에서는 등급 분류 심사를 받았다. 비장애인 대회 준비를 병행하는 촉박한 일정 속에서도 훈련을 이어갔다.
장민호의 도전은 개인의 기록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가 알려진 뒤 같은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받았다.
이번 금메달로 더 많은 이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그에게는 특별한 의미다.
장민호는 "장애가 있다고 해서 꿈에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 역시 장애인 육상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큰 도전이었다"며 "장애를 알리기 싫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를 알림으로써 더 큰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자신이 원하는 목표가 있다면 최선을 다해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도전했다는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력이 더 나빠져도 앞으로도 달리기를 멈출 생각은 없다. 장민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경기를 구분하기보다 자신이 뛸 수 있는 무대에서 좋은 선수들과 경쟁하고 싶다고 했다.
"강한 훈련을 하면 안압이 올라가 눈이 힘들어져 상태가 조금 안 좋아진다. 훈련 강도를 조율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은 질환을 가진 선배들에게 관리 방법을 배우겠다고 했다.
새로운 목표도 분명하다. 2028 로스앤젤레스 패럴림픽 금메달과 세계기록이다. 첫 장애인 국제종합대회에서 느낀 긴장과 부담은 다음 무대를 위한 경험이 됐다.
장민호는 "태극기를 달고 달린다는 게 너무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웠다. LA 패럴림픽에서는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더 잘 뛸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당장 다음 목표는 23일 열리는 남자 400m다.
장민호는 "항상 최고 기록을 목표로 달린다. 이번에도 최고 기록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스포츠의 새로운 이정표와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날에도 그의 시선은 이미 다음 출발선으로 향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