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영 IMF 이사, 방콕 동행기자단 간담회
AI·반도체 호황에 성장 개선…내년 예산 '중립적' 평가
미래기금 긍정적…"빚 상환 능사아냐… 미래 투자해야"
"IMF, AI에 호의적이지 않아"…노동·금융 위험 우려
[방콕=뉴시스]임하은 기자 = 한국 경제가 반도체·인공지능(AI) 호황으로 성장세가 개선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내부에서도 이례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성장세가 둔화하고 재정 여력이 줄어드는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만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지영 국제통화기금(IMF) 이사는 15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 동행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 "한국만 IMF 내 논의에서 동떨어져 있다. 다른 선진국과 너무 상황이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이사는 한국·호주·뉴질랜드·몽골 등 15개국을 관할하는 아시아·태평양 이사실 상임이사다.
최근 IMF가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과 아시아·태평양 지역경제전망(REO),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 등에서 한국은 다른 선진국과 차별화된 성장세와 재정 여건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이사는 "특이한 게 한국만 고립(isolated)돼 있다. 미국도 그렇고, 유럽은 더 안 좋은데, 우리나라가 AI 관련해서 보는 수혜가 예상 외로 커버린 것"이라며 "직원들이 설명할 때 '특히 한국은'이라는 말을 계속한다. 선진국 중에서 재정 여력이 늘어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다른 선진국과 구별되는 상황을 '긍정적 예외(Positive Isolation)'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최 이사는 "중동 지역의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고 국가 간 무역 긴장이 세계경제에 부정적인 압력이 되고 있다"며 "그 와중에서 우리나라만 성장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는 재정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긴축으로 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권고로 나간다. 그런데 한국만 유일하게 재정 여력이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IMF 내부에서도 한국의 특수성을 인식하고 일반적인 재정 긴축 권고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다는 설명이다. 최 이사는 "IMF 이사회에서는 AI 붐으로 인한 수혜를 입고 있는 한국을 너무 부러워하는 분위기가 많이 느껴진다"고 부연했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서 IMF는 중립적인 재정 기조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세입 증가와 함께 일부 재원을 적립하고 국채도 상환한다는 점을 고려한 평가다.
최 이사는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은 내년 예산안을 중립적으로 본다"며 "재정수입이 많이 증가하지만 재정지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12.8%다. 일부 국채를 상환하고 미래대응기금으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저축한다. 어떻게 보면 긴축적인 측면으로도 본다"고 설명했다.
미래대응기금에 대해서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의 약 60%를 적립하는 구조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기금의 재원 적립 방식과 실제 지출사업의 적절성은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늘어난 세수를 성장잠재력 확충에 충분히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최 이사는 "어떤 기업이 갑자기 수익이 증가했다고 해서 기존 부채를 모두 갚아 레버리지를 제로로 만드는 것이 반드시 합리적인 재무관리는 아닐 수 있다"며 "앞으로 기업이 더 성장하고 시장점유율을 늘려갈 수 있는 투자를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AI 호황에 따른 위험 요인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이사는 "IMF 내부의 기본 시각은 AI에 호의적이지 않다"며 AI가 단기간에 생산성을 크게 높일 것이라는 기대에는 신중한 반면 노동시장과 금융안정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AI 관련 투자가 당장 꺾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AI 붐이 내년이나 내후년에 당장 꺾일 것이냐에 대해서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며 "AI 투자 자체가 길게 간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감안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IMF의 한국 성장률 전망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투자 효과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최 이사는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투자가 IMF의 성장률 전망에 반영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정책적 요인에 의해 성장률이 올라가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는 약간 보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부분이 계속 반영된다면 더 좋은 쪽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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