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글로 사형선고 받은 이란 23세 여성…"내 목소리가 돼달라"

기사등록 2026/10/14 17:26:42 최종수정 2026/10/14 18:14:24

'예언자 모욕' 혐의…환각 상태서 작성했다는 변론 배척

올해 600명 넘게 처형…인권단체 "표현의 자유 억압에 사형 악용"

[테헤란=AP/뉴시스] AP통신이 입수한 사진에 지난 8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2026.01.14.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이란에서 23세 여성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로 이슬람 예언자를 모욕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여성이 환각 상태에서 글을 작성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국 가디언은 14일(현지시간) 이란 인권단체 등을 인용해 회계학 전공생 나지메 아미니가 '사브 알나비'(예언자 모욕)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아미니는 현재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의 바킬라바드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아미니 가족과 가까운 소식통은 미국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 '이란의 인권활동가들'(HRAI)에 사형선고 사실을 전했다. 아미니는 별도 사건에서 국가안보에 반하는 행위와 체제 반대 선전 등의 혐의로 징역 12년6개월1일도 선고받았다. 두 사건은 각각 형사법원과 혁명법원에서 심리됐다.

아미니는 올해 1월 이란 전역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보안당국에 체포됐다. 경제난에서 시작된 시위는 정치·반체제 시위로 확대됐고, 당국의 강경 진압 과정에서 수천 명이 숨졌다는 보고가 나왔다.

아미니는 지난달 교도소에서 공개된 음성 메시지를 통해 유엔과 변호사, 인권단체에 자신의 사건을 조사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나는 오늘 나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내 목소리가 돼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수많은 꿈과 희망을 품은 무고한 젊은 여성"이라며 "나를 기다리는 부모님이 있다. 우리 가족은 매일 밤 나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밤을 지새운다"고 했다.

이란 이슬람형법 262조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나 시아파가 존경하는 종교적 인물을 모욕하면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263조는 술에 취했거나 고의 없이 발언한 경우 등에 예외를 인정한다. 발언 당시 자신의 말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사형을 면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최대 74대의 태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란 신문 코라산에 따르면 아미니는 법정에서 친구들과 환각버섯을 복용한 뒤 환각 상태에서 문제의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변호인 측도 고의적인 모욕이 아니라 '말실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변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장은 "그렇다면 왜 같은 환각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나 미국과 이스라엘 같은 정권의 적대 세력은 모욕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고 코라산은 전했다.

이번 사건은 이란에서 사형 집행이 급증하는 가운데 나왔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NGO)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란에서 600명 넘게 처형됐다. 인권단체들은 이란 당국이 사형을 이용해 국민에게 공포를 심어주고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란에서 사형 집행은 최근 수년간 증가해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지만, 신성모독 혐의로 사형이 집행되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앞서 2023년 5월8일에는 유세프 메흐라드와 사드롤라 파젤리-자레가 SNS 활동과 관련된 신성모독 혐의로 처형됐다.

아미니에 대한 사형선고는 이란 의회가 해외 언론과의 접촉을 범죄로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왔다. 외국에서 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판단되는 SNS 게시물 등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려는 내용이다.

아미니에게 내려진 사형선고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사건은 이란 대법원의 항소심 판단을 거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서울=뉴시스] 이란 최대 규모의 교도소에서 사형 집행 급증에 항의하는 수감자들이 대규모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헹가우 인권 기구 인스타그램 @hengaw_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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