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와나타베 공식 계정 공지와 산케이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3일 오전 0시38분께 평온히 숨을 거뒀다.
1929년 도쿄에서 태어난 고인은 19세에 결혼한 뒤 삽화가를 거쳐 1952년 만화계에 입문했다. 초기 대본 만화 시절 모녀의 정애를 그린 감성적인 서사로 주목받았다. 1960~70년대에 들어서는 악의와 모략이 교차하는 치밀한 미스터리 서스펜스물로 소녀만화의 표현 영역을 단숨에 넓혔다.
대표작 '유리의 성'(1969)과 사이코 서스펜스의 수작 '성 로잘린드'(1973)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1971년에는 '유리의 성'으로 제16회 쇼가쿠칸 만화상을 받았다.
국내 만화 팬들에게도 고인의 족적은 깊게 남아 있다. 저작권 개념이 희미하던 1970~80년대 해적판 출판 시절, 대표작 '유리의 성'은 국내 작가 '정영숙'의 이름으로 무단 번안·출간돼 순정만화 독자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가혹한 운명에 맞서는 자매의 뒤바뀐 비극과 우아하고 섬세한 탐미적 화풍은 당대 한국 소녀 독자들의 정서에도 깊은 잔상을 남겼다.
1980년대 이후에는 레이디스 코믹지로 활동 반경을 넓혀 성인 여성을 위한 원숙한 서사를 선보였다. 1993년부터 2011년까지 중국 고전을 각색한 대작 '금병매'를 장기 연재하는 등 90세를 넘긴 만년까지 왕성한 창작열을 불태웠다. 2002년 일본만화가협회상 문부과학대신상, 2006년에는 일본 정부로부터 문화적 공로를 인정받아 욱일소수장을 수훈했다.
운영진을 통해 공개된 고인의 생전 마지막 육필 메시지에는 만화와 함께 내달린 삶에 대한 긍지와 품위가 담겼다.
고인은 "'만화와 함께한 삶'으로 눈 깜짝할 새 지나가 버린 생이었습니다만, 마음속에는 수많은 기억들이 보석처럼 빛을 발하고 있다"며 "문득 외로워질 때면, 제가 (늘 좋아하던) 파리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해 주세요. 또 만나요"라는 애틋한 작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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