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기 부착 중환자, 조기이동 치료효과 없어"

기사등록 2026/10/13 09:42:05

입원 후 48시간 이내 재활, 전체적 효과 낮아

높은 이동 수준 달성시 예후 향상에 도움

[서울=뉴시스] 조기 이동 재활치료 프로토콜. (사진= 삼성서울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오래 누워 있으면 근육이 소실되고 돌아눕거나 앉는 일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패혈증이나 급성 호흡부전으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중환자에게 조기 이동 치료를 했을 때 전체적으로는 기능 회복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지만, 높은 이동 수준을 달성한 환자들에게는 예후를 향상 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기 이동은 입원 후 48시간 이내에 재활을 시작해 이러한 쇠약을 줄이려는 치료법을 말한다. 수동 관절 운동부터 시작해 능동 관절 운동, 침대 가장자리에 앉거나, 일어나기, 제자리 걸음, 보행 등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진료 지침에도 조기 이동 치료를 권고하고 있지만, 이미 물리치료를 시행 중인 병원에서 이를 추가했을 때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불분명했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지영·정치량·고령은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 장원혁·도종걸 재활의학과 교수, 조주희·강단비 임상역학연구센터, 강지연 동아대 간호학과 교수,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 연구팀은 유럽중환자의학회 공식 학술지인 '중환자의학'(Intensive Care Medicine)에 인공호흡기 중환자의 조기 이동과 기능 회복을 비교한 전향적 다기관 무작위 배정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20년 9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부산대병원, 충남대병원, 전북대병원 등 국내 상급종합병원 5곳의 중환자실에서 패혈증이나 급성 호흡부전으로 인공호흡기가 48시간 이상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 환자 169명을 분석했다.

환자는 조기 이동군 93명과 기존 치료군 76명으로 나뉘었다. 조기 이동군은 입원 48시간 이내에 하루 60분 동안 관절 운동부터 걷기까지 6단계 재활을 시행했다. 기존 치료군은 평일 30분간의 관절 운동을 기본으로 했다.

환자의 평균 연령은 약 65세였으며 남성이 더 많았다. 중환자실 체류 기간은 두 군 모두 중앙값 8일이었다.

프로토콜은 조기 이동군이 더 빠르게, 더 많이 재활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실제 시행 결과도 그러했다. 조기 이동군의 재활 시작 시점은 중앙값 30.0시간으로, 기존 치료군의 45.9시간보다 빨랐다. 재활 횟수는 11회 대 4회, 누적 시간은 330분 대 120분이었다.

그러나 주요 결과인 중환자실 퇴실 기능 점수는 각각 23.6점과 22.2점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점수는 돌아눕기, 앉기, 서기처럼 몸을 가누는 능력을 0점에서 35점으로 매긴 값으로, 높을수록 좋다. 근력과 악력, 기침·호흡 기능, 일어나 걷기 검사 결과 또한 두 군이 비슷했다.

원내 사망률은 두 군 사이에 통계적 차이가 없었다. 퇴실 후 1·3·6·12개월 시점의 삶의 질, 우울과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인지 기능, 집중치료 후 증후군 역시 두 군 모두 비슷하게 개선됐다.

정치량 교수는 "대조군이었던 기존 치료군 역시 재활을 통해 절반 정도는 앉거나 일어서는 단계까지 도달할 만큼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었다"며 "이미 물리치료가 시행되는 병원에서 프로그램을 추가해도 기능 점수 차이가 뚜렷하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후 분석에서는 일어서기 이상(4단계 이상)에 도달한 환자의 퇴실 점수가 30.6점으로, 이에 대응하는 기존 치료군의 23.3점보다 높았다.

제자리걸음이나 보행(5·6단계)까지 도달한 환자는 조기 이동군의 18.3%뿐이었으며, 기존 치료군에는 없었다.

서지영 교수는 "인공호흡기 환자가 안전하게 서고 걸을 수 있도록 인력과 장비 투입을 뒷받침하는 체계가 확립된다면 더 나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환자에게 꼭 필요한 치료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는 중환자 치료의 근거를 마련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2013년 국내 최초로 중환자의학과를 설립하고 중환자 치료 체계를 도입해 국내 중환자 치료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PACEN)의 지원을 받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