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총리, 의회에 "이란혁명수비대 지시"…英 외무, 이란인 2명 제재 발표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미국과 영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심 서방 29개국이 12일(현지시간) 영국 페어퍼드 공군 기지 테러 모의 사건에 이란이 관여했다는 영국의 판단을 지지하고 이란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우리는 지난달 27일 영국 공군 페어퍼드에서 발생한 사건에 이란이 관여했다는 영국의 판단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영국은 또한 이번 사건이 은밀한 네트워크와 대리 세력을 통해 국경 밖에서 적대적 활동을 펼치려는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지속적 의지를 보여준다고 결론 내렸다"며 "이는 유대인 공동체와 이란 언론인, 미국의 이익을 겨냥한 일련의 공격이 최근 유럽 전역에서 벌어진 직후에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란이 대리 세력이나 그 밖의 어떤 수단을 통해서든 우리 영토 내 사람들을 위협하거나, 침묵시키거나, 겁박하거나, 괴롭히거나, 해를 끼치거나, 강요하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도 밝혔다.
이어 "이란이나 다른 어떤 국가를 대신해 적대적 활동을 하는 사람은 누구든 우리가 이 같은 행위를 식별하고 조사하며, 차단하고 기소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란은 우리가 단결해 있으며, 주권 수호와 국제 공조 강화, 국가적 회복력 증진, 공동체 보호, 책임자에 대한 책임 추궁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을 조금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도 밝혔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같은날 영국 하원 의회에 출석해 "페어퍼드 공군기지 사건이 이란에서 '조율(coordinated in)'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거의 확실히 이란혁명수비대의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임을 확인해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 영토에서 이 같은 위협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권한을 동원해 범죄 조직과 그 자금줄을 겨냥하고 이란이 범죄 조직을 이용하는 행위를 단속할 것이다. 이란과 이란혁명수비대가 우리에게 해를 끼칠 역량을 제한하기 위해 추가 제재를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에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이란혁명수비대 방첩작전 책임자 루홀라 바즈간디와 이란 반체제 인사를 겨냥한 공격 모의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샤흐람 알리 레자 타마르자데 자키 등 이란인 2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다만 페어포드 공군기지 사건과 관련성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영국 외무부는 이날 제재 지정 사유에서 "바즈간디는 이란 정부를 위해 간첩 활동을 계획하거나 수행함으로써 이란 정부의 적대적 활동에 관여했다"며 "바즈간디는 영국 또는 이란 이외 국가의 인물이나 자산을 상대로 한 공격을 위협·계획하거나 실행하는 등 이란 정부의 적대적 활동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키는 이란 이외 국가의 인물을 상대로 한 공격을 위협·계획하거나 실행하는 활동을 지원하거나 이에 도움을 주는 행위에 관여함으로써 이란 정부의 적대적 활동에 관여했거나 관여해왔다"고 했다.
다만 이란 외무부는 영국 당국이 페어퍼드 공군기지 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한 데 대해 근거가 없는 비난이라며 반발했다. 이번 사건을 '서투른 위장 작전(clumsy false-flag operation)'으로 규정하고 영국 측에 책임을 돌렸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1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이란을 겨냥한 근거 없는 비난을 단호히 부인한다"며 "영국 정부와 이 작전을 기획하고 실행한 이들이 이번 조작으로 발생하는 모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비난은 반이란 캠페인을 진전시키고 이란 국민을 상대로 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공격에 영국이 관여한 데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한 추악한 음모"라고 했다.
이란 외무부는 "영국이 이른바 사건을 이란과 연계하는 주장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가능성이 매우 높다(highly likely)' 또는 '거의 확실하다(almost certainly)'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근거 없는 비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명백한 시도"라고도 밝혔다.
이어 "영국이 다른 국가들을 상대로 안보 관련 주장을 조작해온 전력은 비밀이 아니다"며 "이 가운데 일부는 서아시아 지역에서 심각한 긴장과 갈등을 초래했다. 국제 안보를 훼손하는 이 같은 방식을 고집하는 영국 정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세예드 알리 무사비 영국 주재 이란 대사는 스티븐 도티 영국 외무부 중동 담당 국무상과 회동에서 "증거 없이 어떤 입장도 취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 조사를 위해 양국 관련 기관간 협력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도 확인했다.
한편, 페어포드 공군기지는 미 공군이 B-1, B-52 등 폭격기의 전진 작전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3월 이란 미사일 시설을 겨냥한 미국의 방어 작전에 페어포드 공군기지 사용을 승인했고 이란은 7월 "이란 영토에 대한 공격에 사용되는 모든 기지는 이란군의 합법적인 표적이 된다"고 경고했다.
영국 당국은 지난달 27일 페어퍼드 공군기지 인근에서 영국 국적 20대 남성 5명을 체포한 이후 영국·이란 이중국적 남성 1명 등 모두 7명을 테러 행위 준비 혐의로 체포했다. 다만 이들은 모두 보석으로 풀려났다.
미군은 이번 사건 이후 기지에 배치된 B-1 폭격기 12대를 전량 철수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은 영·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의 드론 공격 가능성에 대한 정보가 철수 결정의 배경이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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