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는 사기극" 주장 트럼프가 대책엔 챔피언

기사등록 2026/10/13 08:11:20 최종수정 2026/10/13 08:22:24

전세계 석유·천연가스 공급

지정학적 위험에 크게 취약

각국 청정에너지 급속 전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으킨 이란 전쟁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지정학적 위험에 취약하다는 점이 입증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청정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은 덴마크 코펜하겐 인근 해상의 풍력발전소.(출처: 위키피디아) 2026.10.1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일으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청정에너지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미 CNN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는 기후변화 부정론의 최고 책임자다. 그는 지구온난화를 “사기극”, 청정에너지를 “사기”라고 주장해왔으며 화석연료 사용을 장려하고 수많은 기후 관련 규제와 환경 보호 조치를 폐지했다.

그러나 이란 전쟁이 8개월째로 접어들면서 화석연료가 지정학적 불안정에 크게 취약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가들은 전쟁이 오래 지속될수록 세계 석유와 천연가스 수요를 줄이는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 브루킹스연구소 서맨사 그로스 에너지 안보·기후 이니셔티브 책임자 는 “트럼프가 화석연료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는데도, 오히려 화석연료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속도를 앞당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전쟁이 8개월 째 이어지면서 유가가 100달러를 넘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석유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월 2026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93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지난달에는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25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석유 소비가 줄어들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오염물질 배출도 감소한다.

기후변화 전문 매체 카본 브리프(Carbon Brief) 분석에 따르면, 올해  세계 화석연료 배출량이 약 0.5%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가 사실상 멈춰 섰던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배출량이 줄어드는 사례가 된다.

세계 석유의 대부분이 사용되는 운송 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구매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IEA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4% 증가했다.

호주와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전기차 판매가 급증했고, 유럽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료 가격이 주요 요인이었으며, 특히 경유 가격은 전쟁 발발 이후 38% 상승해 큰 부담을 주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 지원을 줄이고 중국산 저가 모델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전기차 판매가 급감해 올해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30% 넘게 줄었다.

석유와 마찬가지로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도 줄고 있다. IEA는 이란 전쟁으로 올해 세계 천연가스 수요가 약 0.5%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화석 연료 공급이 크게 줄면서 전 세계 각국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이란 전쟁이 시작 뒤 수십 개 국가에서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석유와 천연가스처럼 호르무즈나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봉쇄 위험에 빠질 일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태양광 발전 설비 투자는 올해 상반기에 대략 4배로 늘었다. 액화천연가스의 대부분을 걸프 지역에 의존하던 탓에 빠르게 방향 전환을 할 필요성이 큰 것이 배경이다.

한편 각국의 대책이 청정에너지 뿐 아니라 석탄 사용 확대로 이어지는 점은 기후 변화에 부정적이다. 당초 올해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석탄 사용이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내년에는 석유와 천연가스 수요가 다시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적인 대규모 에너지 위기 때마다 반복된 일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감소했던 화석연료 수요가 지난 2021년 급증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IEA는 내년 석유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이란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석유 수요가 영구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브루킹스연구소의 그로스는 “세계는 이미 벌어진 일을 없던 일로 되돌릴 수 없다.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은 전쟁 이전보다 훨씬 더 불안정해 보인다”고 말했다.

미 스탠포드대 기후변화학자 롭 잭슨 교수는 트럼프가 의도치 않게 기후변화 대응을 이끄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다면서도 청정에너지가 트럼프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결국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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