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약물 사형’ 실패 미스터리…약품 불량·독성 물질 혈관 밖 침투?

기사등록 2026/10/08 11:14:51

“독성 물질 주입 사형 집행 후 생존, 유일한 사례”

혈관 질환으로 혈류 아닌 조직으로 독성 물질 침투 가능성

약물 품질 문제…공급업체·출처 등 비밀

[내슈빌=AP/뉴시스] 지난달 30일 크리스타 파이크(50)에 대한 '약물 투여' 사형 집행이 중단된 뒤 언론 참가자들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026.10.08.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 테네시주에서 지난달 30일 집행된 약물 투입 사형 집행이 두 차례 시도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것을 두고 뚜렷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95년 동급생 콜린 슬레머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해온 크리스타 파이크(50)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테네시주에서 사형이 집행돼 2차례 약물을 투여 받았지만 사망하지 않았다.

◆ “독성 물질 주입 사형 집행 후 생존, 유일한 사례”

사형 집행 시도는 오후 7시 30분경 시작됐다. 파이크는 의식을 잃은 듯 보였지만 오후 8시 53분 언론 관계자들이 증인실에서 퇴장할 때까지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오후 9시 14분에 구급차가 도착해 파이크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파이크는 ‘사형 집행’ 1주일 만에 의식을 되찾고 말도 하고 있어 일부 의료 전문가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파이크는 현재 병원에서 수갑이 채워진 채 독성 제거 등의 치료를 받고 있다.

범죄학자인 데보라 데노 미국 포드햄 로스쿨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형 집행에서 생존한 수감자 사례는 7건 더 있으나 집행관들이 수감자의 정맥에 약물을 주입하지 못한 경우라며 “독성 물질이 주입되고도 살아남은 유일한 사례”라고 말했다.

1994년 3명을 납치 및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형수 토니 카루더스의 경우 5월 집행관들이 약물을 주입할 정맥을 찾지 못해 집행이 1년 연기됐다.

◆ 혈관 질환으로 혈류 아닌 조직으로 독성 물질 침투 가능성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마취과 및 외과 교수로 파이크 변호인단을 자문하고 있는 조엘 지보트 박사는 파이크가 혈소판 과다 생성을 유발하는 혈액 응고 장애를 앓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이 질환이 주사 부위 혈전이나 폐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형 집행에 사용되는 펜토바르비탈 5g은 사람을 의학적 혼수상태에 빠뜨리는 데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다고 오하이오 주립대 의과대학 소아외과 전문의이자 사형 집행용 주사를 연구해 온 조너선 I. 그로너 박사는 말했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그로너 박사는 “그녀가 깨어났다는 것은 몸에 약물이 거의 흡수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형 집행이 얼마나 심각하게 잘못되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로너 박사는 “정맥주사 바늘이 부적절하게 삽입되었거나, 파이크의 혈관이 약해 파열되어 약물이 혈류를 통해 흐르지 않고 주변 조직으로 스며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파이크의 변호인들은 그녀가 사형 집행실에서 최소 7번 이상 바늘에 찔렸으며 혈관에 바늘을 꽂기 어려운 혈액 질환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 약물 품질 문제…공급업체·조달 과정 등 비밀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약물의 품질이 있을 수 있다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약사이자 교육자인 미카엘라 알름그렌은 말했다.

AP 통신은 “사형 집행에 사용되는 약물의 조달 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싸여 있다”며 “많은 주요 제약 회사들이 사형 집행에 필요한 약물 공급을 거부해 각 주 정부가 어떻게 약물을 조달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법원 명령을 통해 일부 주 정부가 원료를 이용해 맞춤형 약물을 제조하고 규제 감독이 덜한 조제 약국에 의존하고 있음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테네시주는 약품 공급업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파이크에게 공급된 약품의 출처도 밝히지 않았다.

알름그렌은 이 때문에 약품이 적절하게 준비, 검사, 취급 및 투여됐는지 추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파이크의 변호인들은 주 교정국에 사형 집행 시도 당시의 증거, 즉 약품 제조 번호, 통신 기록 및 기타 자료를 보존하도록 명령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이번에 임기가 끝나는 빌 리 주지사는 사형 집행을 일시 중단하고 진상 규명을 위한 ‘포괄적인 제3자 조사’를 명령했다. 주 정부가 파이크에 대한 사형을 다시 시도할지는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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