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음주운전 혐의…채무 관계서 갈등
"계획적·잔혹 범행…진지한 반성 없어"
피고인 "욕설에 격분한 우발적 범행"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인쇄소에서 채무 관계에 있던 지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사채업자에게 공소청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서울서부지방공소청은 7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원) 심리로 열린 정모(35·남)씨의 살인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 결심공판에서 재판부에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공소청은 이와 함께 15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0년간의 보호관찰 명령도 요청했다.
검사는 "피고인은 범행 당일 미리 과도를 구매하고 피해자의 위치를 확인한 뒤 찾아가 살해했다"며 "피해자의 신체 급소를 수십 차례 찌른 범행 수법 역시 잔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 조사 당시에는 범행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다가 검사 조사에 이르러 비로소 피해자가 자신을 무시하고 욕설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는 없다"며 "결국 범행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고 있어 진지하게 반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날 피고인 신문에서 피해자의 욕설에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범행 당일 과도를 구입한 데 대해서는 "사용하려던 게 아니라 위협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피해자가 또다시 변제를 미루자 과도를 꺼내 "진실을 말해달라"고 요구했다며 "피해자가 '진실? 지금까지 너한테 했던 말 다 거짓말이었다, 병X아'라고 해 이성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 당시 욕설을 들었다는 진술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었고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말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했다.
정씨 측 변호인도 최후변론에서 계획적 살인이 아닌 우발적 범행임을 강조했다.
정씨 측 변호인은 "계획적으로 살인을 하려고 했다면 피해자의 사무실이나 대낮을 범행 장소와 시간으로 삼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피해자의 조롱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범행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믿고 1년 6개월을 기다렸고, 범행을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동종 범죄 전력이 없고 자수한 점 등을 살펴 관대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정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한순간의 잘못된 실수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큰 고통을 드렸다"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공소청에 따르면 미등록 대부업자로 활동하던 정씨는 지난 5월 22일 오후 4시58분께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인쇄소에서 지인인 피해자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정씨는 지난 2022년께 피해자에게 약 2000만원을 빌려준 것을 시작으로 금전 거래를 이어왔으며, 돌려받지 못한 돈이 약 1억3000만원에 이르자 지속해서 채무 변제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청은 정씨가 범행 당일 서울역 인근 대형마트에서 과도를 구입한 뒤 피해자의 위치를 확인하고 사무실을 찾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이곳에서 피해자의 목과 가슴, 복부, 양팔 등을 과도로 약 26차례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범행 당일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의 술에 취한 상태로 약 5㎞ 구간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10월 30일 오전 10시를 정씨에 대한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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