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물 24년만 최고 기록에도 8만달러 중반 방어
내성 키우며 변동성 낮춰…기관 수급 등이 하방 지지
씨티, 목표가 상향…"美부채, 디지털 금 재평가 필연적"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4년 만에 최고치인 연 5.3%를 돌파하며 금융시장에 충격을 안겼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이 방어력을 나타내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금리 충격에 8만3000달러선까지 밀려났던 가격이 주말에 앞서 8만7000달러선까지 반등하는 등 회복 탄력성을 보이면서, 비트코인이 연말 강세장 흐름을 굳힐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4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2일 오후 10시 이후 8만7000달러선을 넘어서며 지난달 22일 기록한 전고점(8만7281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원화 기준 시세 역시 같은 시각 1억1700만원을 회복하기도 했다.
단기 급등에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현재는 8만4000달러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이달 1일 8만3000달러 초입까지 밀렸던 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미국의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낮게 나타나며 안도감이 퍼졌으나, 채권시장 발작이 복병으로 작용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5.342%까지 치솟으며 2002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여기에 미국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에서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나타나자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장기화 경계감이 다시 증폭됐다.
통상적으로 국채 금리 급등은 비트코인과 같은 위험자산에 악재로 작용한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채권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5%를 웃돌면서,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비트코인의 보유 기회비용이 급격히 커지기 때문이다. 대규모 국채 공급과 불어난 재정적자 부담이 장기 금리를 밀어 올리면서 기술 성장주와 가상자산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구조다.
이 같은 상황에도 비트코인이 선방한 배경에는 잇따른 매크로(거시경제) 악재를 일부 선반영하면서 시장 자체의 내성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16일에도 비트코인은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의 미 상원 절차투표 부결 직후 7만5000달러대로 급락했으나, 충격을 딛고 반등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축으로 한 기관 자금의 꾸준한 유입과 장기 보유 기업들의 매집이 하방 경직성을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는 지난 6월 45억1000만 달러의 대규모 순유출을 겪었으나 8월 들어 35억4000만 달러의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최근의 자금 유입도 활발한 상황이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소소밸류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지난달 17일부터 9거래일 연속 순유입세가 이어졌으며, 지난달 30일 1억4869만 달러가 일시 유출되기는 했지만, 지난 1일 다시 1억267만달러 순유입으로 돌아서며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 중이다.
과거 미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증시가 흔들릴 경우 비트코인은 가장 먼저 타격을 입고 폭락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매크로 악재에 즉각 연동되기보다 시장 자체의 수급이나 저가 매수세가 하단을 받쳐주며 가격지지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추후 상승 여력에 대한 낙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투자자문사와 증권사 등 제도권 기관의 견고한 수급이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며 비트코인의 12개월 목표가를 기존 8만2000달러에서 11만3000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금리 급등을 촉발한 미국 정부의 부채 위기가 역설적으로 비트코인의 존재 가치를 부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독립 리서치 그룹으로 분류되는 블루레이크와 라이트우드는 최근 크립토 전략 리포트를 통해 "미국 정부는 급증하는 단기 국채 차환 수요를 떠받칠 수단으로 국채 매입을 수반하는 USD코인(USDC) 등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흡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USDC 유통량은 2025년 6월말 약 613억 달러에서 2026년 6월말 약 733억 달러로 1년 만에 19% 늘었으며, 국채 직접 매입(약 85억 달러)과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한 초단기 안전 자금 운용(약 325억 달러) 등이 미국의 지속적인 차입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미국 정부가 통화 남발에 따른 달러 구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총발행량이 한정된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편입하려는 수요 역시 동반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리키 손 블루레이크 연구원은 "높은 실질금리와 유동성 제약이 단기적으로 가격 반영 시점을 다소 지연시킬 수 있다"면서도 "미국의 재정 리스크 속에서 신흥국의 달러 수요가 스테이블코인을 거쳐 비트코인 투자로 이어지고, 국가와 기관의 디지털 금 편입이 가속화된다면 공급이 제한된 비트코인의 중장기 가치 재평가는 필연적인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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