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전력망 움직인 노하우…한국 전력 산업, 제2의 삼전닉스 가능"

기사등록 2026/10/03 00:00:00 최종수정 2026/10/03 00:08:24
[서울=뉴시스] 대한전선이 호주에서 초고압 케이블을 포설하고 있다. (사진=대한전선 제공). 2026.07.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서이현 인턴 기자 = 한국의 우수한 전력망 운영 경험을 해외로 확장하면 반도체의 뒤를 잇는 새로운 수출 효자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기를 판매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사업 기획부터 자금 조달까지 주도하는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제언이다.

COR에너지인사이트 권효재 대표는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언더스탠딩'에 출연해 "해외 에너지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들은 제2의 삼성전자, 제2의 하이닉스가 될 수 있다"며 "해외 에너지 시장의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권 대표는 좁은 면적에 복잡하게 얽힌 단일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온 한국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송전망 기술의 국산화는 물론 대형 발전 설비의 운영과 유지보수 능력 역시 서방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권 대표는 "텍사스 얼컷이 90기가 정도 부하인데 우리는 텍사스보다 전력을 더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복잡한 전력망에서 정전 시간이 세계 2위로 짧다"며 "세계 최고의 노하우와 실력을 썩히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일본 5대 상사가 국제 금융 조달력과 현지화된 인력을 앞세워 세계 에너지·자원 시장의 수익을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단순 제조와 시공에서 벗어나, 여러 금융사가 함께 돈을 대는 신디케이션 금융과 사업 관리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은 제조업이 남은 게 없지 않느냐고들 하지만 거대한 에너지, 자원, 식량 시장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미 투자를 보는 시각도 내놨다. 권 대표는 외부 압박 속에 이뤄지는 알래스카 등 에너지 프로젝트 투자라 해도, 인력을 파견해 계약 구조와 규제, 전력구매계약(PPA) 같은 감춰진 노하우를 직접 익히는 '대련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넥스테라와 메타는 얼마 규모의 전기를 몇 년부터 공급한다는 것만 공개하고 세부 조건은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며 "해 봐야만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차피 써야 할 돈이면 차라리 어렵게 잡은 사업을 파고들어야 한다"며 "사람을 모아 미국의 특수 목적 법인에 보내 관리·감독하게 하고 경험을 쌓게 하면 그게 한국의 자산이 된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기계 판매에 머무는 사업 방식에도 쓴소리를 했다. 부품 판매, 사업권 확보를 거친 에너지 판매, 최종 소비자 대상 직접 판매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그냥 기계를 파는 것은 가장 하수"라며 "가장 실질적인 고객에게 직접 전기와 석유를 파는 것이 부가가치가 가장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다만 시간은 많지 않다. 아날로그 전력망 운영 노하우는 최고 수준이지만 중국이 디지털 전력망으로 쫓아오고 있고, 한국전력(한전)의 재정난 탓에 국내 디지털화도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기술과 노하우가 통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아 해외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고 권 대표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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