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교육부 산하 한국학·고전번역·역사재단 통합 철회"

기사등록 2026/09/28 17:40:18

국내외 85개 학술 단체, 3개 연구기관 통합안 반발

"설립 목적과 기능 전혀 달라…전문성 훼손 우려"

[서울=뉴시스]한국고전번역원 로고. (사진 = 한국고전번역원 제공) 2020.12.30.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정부가 추진 중인 교육부 소관 주요 연구기관 통폐합 계획에 국내외 학계가 반발하며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고려사학회, 역사학회, 국사학회 등 국내 주요 학회와 UC 어바인(Irvine), UC 샌디에이고(San Diego), 토론토대, 펜실베이니아대 등 해외 대학 한국학 연구센터를 포함한 국내외 85개 학술 단체는 28일 '교육부 소관 연구기관 통합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성명은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공공기관 DIET 2026)'에 따른 조치에 대항해 마련됐다.

해당 방안에는 교육부 소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고전번역원, 동북아역사재단을 가칭 '한국학역사고전연구원'으로 통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울=뉴시스] 한국학중앙연구원 로고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2026.09.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학계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통합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우선 세 기관 설립 목적과 수행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 '유사·중복 기관'이 아님을 강조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심층 연구 및 석·박사 후속세대 양성, 한국고전번역원은 한문 고전 자료 번역 및 교육, 동북아역사재단은 독도 및 동북아 역사·영토 현안 대응을 위한 국가 정책 싱크탱크로서 각기 고유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 단체는 "이들을 하나로 묶을 경우 시너지 창출은커녕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정체성과 연구·교육 역량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비용 절감이나 행정 효율화라는 잣대를 학문 연구·교육 기관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세 기관은 정책 집행이나 서비스 제공 위주의 일반 행정·사업형 공공기관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므로, 개편 평가 기준은 단순 효율화가 아닌 '연구·교육 역량 및 국제 교류 위상 강화'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 기관과 기능 중복과 국제적 역할 위축 문제도 제기됐다. 학중연의 경우 서울·경기 지역 연구·교육 허브 역할을 해왔는데, 이를 흔들 경우 지방 지자체 기반의 연구기관들과 기능이 중복되거나 서울·경기 지역 대학원생들의 한문 연수 기회가 대폭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시스] 동북아역사재단 로고 (사진=동북아역사재단 제공) 2026.09.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이 역사 관련 국가적 연구와 공세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동북아역사재단의 개편 및 약화는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에 학계와 관련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논의 절차 마련과 인문학 연구기관의 연구·교육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학문 정책 수립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오랜 기간 축적된 연구기관의 역량과 국내외 네트워크, 학문 후속세대 및 고전 번역 생태계는 한번 무너지면 되돌리기 어렵다"며 "정부가 K-문화의 세계화와 한국학 발전을 진정으로 도모하고자 한다면 통합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학계와의 진정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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