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금리 5.2%까지 치솟아…韓 경제·반도체에 복병

기사등록 2026/09/29 07:00:00

美 국채 10년물 5.2% 돌파…주요국 금리도 고공행진

중동전쟁 장기화, 정부·기업 채권 발행 증가 등이 원인

"내년까지 채권 발행↑"…"美 10년물 5.6%까지 갈수도"

"현재 금리 수준 큰 부담 아니지만 5% 중반 가면 영향 커"

"데이터센터 투자 위축되면 반도체 수요↓…韓 가장 위험"

[뉴욕=AP/뉴시스] 2026년 3월19일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전경. 2026.03.19.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물가 우려감 등으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2%까지 치솟았다. 최근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는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 한국 등 주요국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하고 있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금리 상승은 가계와 기업의 이자 비용 부담을 늘리고 자금 조달 여력을 떨어뜨려 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또 고금리로 기업의 인공지능(AI) 투자가 위축될 경우 최근 반도체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와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전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5.2%를 돌파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초 4.2% 수준이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약 10개월 만에 100bp(1bp=0.01%p) 이상 상승했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5.5%를 넘겼다. 채권금리 상승은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주요국 채권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전날 한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0bp 이상 상승해 4.5%를 넘겼고,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3.1%를 터치했다.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5.4%에 근접했다.

채권 금리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는 원인은 일차적으로 물가에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하면서 최근 국제유가는 다시 반등했고,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는 국채 금리를 끌어올렸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기금리보다는 주로 물가와 경기에 대한 기대감에 의해 움직이는 장기금리가 더 큰 폭으로 상승 중이다.

정부 재정에 대한 신뢰가 약해진 것도 금리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전쟁부는 지금까지 중동전쟁에 451억 달러를 투입했다고 보고했지만 실제 발생한 비용은 1000억 달러 이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천문학적인 전쟁 비용으로 인해 국채 발행이 증가하고 정부의 지불 능력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감은 채권 약세를 유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도 국방비 등에 대한 정부 지출을 늘리는 추세다.

또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해 채권 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도 수급 불균형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티에리 위즈먼 맥쿼리그룹 글로벌 외환·금리 전략가는 전날 CNBC에 출연해 "올해는 인플레이션보다 채권 발행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대형 클라우드 기업의 설비투자로 채권 발행이 내년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중동전쟁이 장기화 수순에 들어갈 경우 국채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NH투자증권의 강승원·김민수 연구원은 28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과거 수치를 감안할 때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도달 가능한 10년물 금리의 기술적 상단 레인지는 5.30~5.60% 수준"이라며 "금리가 5.3%를 넘어서면 금융시장 스트레스가 급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주요 선진국 중 가장 양호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우리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금리가 상승하면 경제주체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경기 개선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금리 수준이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의 부담을 줄지는 전문가들마다 시각이 엇갈린다. 다만 미 국채금리가 5% 중반대 수준까지 상승할 경우에는 우리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는게 중론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지금의 성장세는 반도체 수출이 중심이기 때문에 현재 금리 수준이 성장에 큰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5% 중반대까지 상승할 경우) 소비·투자 등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도체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고금리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반도체 수출 호황은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자본투자(CapEx)를 늘린 데 따른 결과인데,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AI 투자가 위축되면서 반도체 수요도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재 우리 경제는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에 대한 노출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상장기업 설비투자에서 AI 관련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26%로 미국(23%)보다도 높다. 한국과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이 비율이 5% 미만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오라클 등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 5개사의 합산 자본투자는 2023년 1500억 달러에서 올해 7350억 달러로 3년 만에 5배 가까이 확대됐다.

하지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본투자 확대 속도가 영업현금흐름 증가 속도를 상회하면서 자금 조달의 부담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체 현금으로 충당하던 투자 재원을 이제는 외부에서 조달해야 해 회사채 발행과 사모신용 활용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고금리가 장기화로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 여력이 위축될 경우 올해 우리 경제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는 "데이터센터를 대대적으로 지으면서 반도체를 사줬던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이 바닥났다"며 "매출로 벌어들인 돈은 CapEx 투자로 다 썼고, 이제는 회사채 발행이 관건인데 (금리 상승으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질 경우 투자가 위축되면서 반도체 수요도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반도체 수요가 꺾여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수출액이 줄고, 우리 경제 성장세를 견인했던 동력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라며 "5% 정도의 금리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5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에 화물선과 상선들이 정박해 있는 가운데 소형 선박 한 척이 지나가고 있다.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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