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개표 불리하면 투표용지 압수?…前백악관 참모 '외국 개입 내세울 수도'

기사등록 2026/09/28 16:59:41 최종수정 2026/09/28 17:10:24

일부 주 최종 집계 며칠·캘리포니아 수주…상·하원 다수당 결정 늦어질 수도

우편투표 규칙은 대법원서 제동…DHS 유권자 명부 조사·CISA 지원 축소도 논란

[뉴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 총회를 계기로 걸프국가들 지도자 및 대표단과 회의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26.09.23.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투표가 끝난 뒤 최종 개표까지 이어지는 수일간이 선거 결과를 둘러싼 충돌에 특히 취약한 시점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직 미 연방정부 당국자와 선거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우군이 이 기간 외국의 선거 개입이나 부정선거 의혹을 확산시켜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간) 중간선거 투표 종료까지 6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전직 정부 당국자들이 투표 종료 후 최종 집계가 끝날 때까지의 이른바 ‘개표 기간(counting window)’을 특히 취약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연방 하원과 상원의 주도권이 걸려 있다.

앞서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14일 미 우정청(USPS)의 새 우편투표용지 처리 규칙 시행을 막은 하급심의 가처분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가처분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정부의 신청을 기각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재난·회복력 대응 담당 국토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케이틀린 더코비치는 최근 브레넌센터가 주최한 브리핑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에서 여러 선거 관련 조치를 관철하지 못한 만큼 투표가 끝난 뒤 외국의 선거 개입을 주장하며 선거장비나 투표용지를 압수하려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AP/뉴시스] 1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노 킹스'(No Kings, 왕은 없다) 시위대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의 연설을 듣고 있다. 이날 미국 곳곳에서 트럼프 정부의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2025.10.19.
미국은 주마다 개표 방식과 일정이 달라 선거일 밤 곧바로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부 주에서는 개표에 며칠이 걸리고 캘리포니아에서는 최종 집계까지 수주가 걸릴 수도 있다. 상·하원 다수당이 늦게 개표를 마치는 지역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더코비치 전 부보좌관은 “기다리는 시간이 바로 의심이 생기기 시작하는 때”라며 외국 세력뿐 아니라 미국 내 세력이 이를 증폭하면 선거 절차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브레넌센터 선거·정부 프로그램의 로런스 노든 부소장은 주 선거당국이 선거가 끝난 뒤에도 개표가 계속되는 이유를 유권자들에게 미리 설명해 인위적인 논란이 커지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보도 때문에 유권자들이 과거보다 투표하기 어려워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다양한 투표 방식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AP/뉴시스] 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엘립스 공원에서 'MAGA' 깃발을 든 남성이 의사당 습격 5주년 기념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1년 1월 6일, 당시 재선에 실패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선 결과에 불복해 선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연방 의회 의사당 근처에서 집회를 열고 청중을 선동했다. 이에 흥분한 그의 지지자들이 의사당 건물을 파괴하고 약탈하는 등 폭력 사태가 벌어져 5명이 숨지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2026.01.07.
미 선거지원위원회(EAC) 위원장을 지낸 벤 호블랜드는 이미 모든 주에서 실제 투표용지가 유권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며 “선거가 이미 시작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원도 지금부터 내리는 선거 관련 판단에서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내셔널어번리그 등 시민권 단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이번 중간선거가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을 거듭하는 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연방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주정부가 보유한 유권자 자료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DHS)는 자발적으로 유권자 명부를 넘기지 않은 주들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으며 연방정부는 각 주에 2024년 선거 관련 자료도 보존하도록 요청했다.

[개스토니아=AP/뉴시스] 마이클 왓리(오른쪽)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개스토니아 시립공항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9.16.
DHS가 주 유권자 명부에서 비시민권자를 찾아내겠다며 추진하는 별도 조사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미 상원에 제출돼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한 내부고발 자료에 따르면 익명의 내부고발자는 DHS 산하 미 시민권·이민서비스국(USCIS)의 사기탐지·국가안보 부서가 이른바 ‘불법 유권자 이니셔티브’에 투입되고 있으며 “신뢰하기 매우 어려운 데이터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부고발자는 일부 조사 방식이 법을 위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의 선전 활동과 실제 투·개표 조작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국 세력이 가짜뉴스나 선전을 퍼뜨린 사실이 있더라도, 이를 곧바로 외국이 투표수나 개표 결과를 조작했다는 근거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두 사안을 뒤섞을 경우 선거장비나 투표용지를 압수하는 조치의 명분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지방 선거당국은 2020년 대선 이후 선거 시스템의 보안을 강화해 왔다. 미 사이버보안·인프라보안국(CISA)에서 공동 사이버방어 협력 업무를 맡았던 제프 헤일스 전 책임자는 모든 주가 선거 결과를 감사하고 있으며 전국의 선거 담당자들이 사이버보안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헤일스 전 책임자는 연방정부의 지원은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CISA의 선거보안 인력과 관련 지출이 줄면서 주 선거당국에 제공되던 사이버보안 서비스가 축소되고 정보공유 예산도 삭감됐다고 말했다. 과거 연간 수십 차례 열리던 국가 차원의 사이버 위협 브리핑도 이제는 드물게 열리거나 아예 열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