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마리버드랜드에 여름철 연구기지…中 "기후·빙상·해양 연구"
위성·드론 이중용도·크릴 갈등…전문가 "규칙 깨기보다 체제 안 영향력 확대"
호주 ABC뉴스는 27일(현지시간) 중국이 서남극 마리버드랜드에 여섯 번째 연구기지를 건설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 기지를 내년부터 기후변화와 빙상, 해양 시스템 연구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중국이 2024년 문을 연 다섯 번째 친링기지와 달리 새 기지는 여름철에만 운영될 예정이다.
남극에 대규모 연구시설을 운영하는 나라는 중국뿐만이 아니다. 미국과 호주는 각각 3곳, 러시아는 5곳의 연중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호주는 남극 대륙의 약 42%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ABC가 인터뷰한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도 기지 숫자 자체보다는 중국의 물리적 활동 확대가 남극을 관리하는 국제기구 안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얼마나 키우느냐다.
남극조약은 남극을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하고 군사기지와 무기시험 등을 금지한다. 다만 과학 연구 등 평화적 목적이라면 군 인력과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조약 회원국은 중국의 새 연구기지 건설 자체를 거부할 수도 없다.
재키 램비 호주 무소속 상원의원은 중국이 이미 남극기지 5곳을 지었다며 중국의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주 국방부를 향해 "눈을 떠라"고 촉구했다.
남극법과 거버넌스를 연구하는 질리앙 천 태즈메이니아대 해양·남극연구소 강사는 새 기지의 의미를 우선 중국의 위상 강화에서 찾았다. 연구기지와 시설을 늘릴수록 중국이 향후 남극 문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차지하는 역할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뷰캐넌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기존 위성 지상국과 민간 기술의 군사 활용을 추진하는 민군융합 정책에도 주목했다. 중국이 남극 곳곳에 기지를 확보해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활동할 수 있게 될수록 다른 국가들이 중국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이런 우려에 선을 긋고 있다. 주호주 중국대사관은 ABC에 남극에서의 활동이 남극조약 체제에 엄격하게 부합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니 프레스 전 호주 남극국장도 막대한 비용과 열악한 환경 등을 들어 중국 기지를 군사 거점으로 보는 시각은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프레스 전 국장은 특히 새 기지가 연중 운영되는 친링기지와 달리 여름철에만 가동된다는 점을 들었다. 다만 중국이 남극 곳곳에 기지를 확보함으로써 남극 전역에 이해관계를 가진 주요 국가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지정학적 의미는 있다고 봤다.
군사 거점화 여부와 별개로 중국이 남극조약 체제 안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은 어업 문제에서도 나온다. 중국은 1983년 남극조약에 가입했으며 이후 연구기지와 쇄빙선, 어업 활동을 확대해 왔다.
천 강사는 중국이 원양어선 규모를 제한하면서도 극지방은 예외로 두고 있으며 남극 크릴 어업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뷰캐넌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자체 쇄빙선을 늘리는 움직임도 다른 국가나 관문 항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남극 활동 확대의 한 부분으로 평가했다.
중국은 새로운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는 데에도 대체로 반대해 왔다. 린 골즈워디 태즈메이니아대 해양·남극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이 향후 이용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는 보호구역 확대를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에 참여한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도 남극 어업에 대한 관심이라고 봤다.
크릴 어업은 이런 이해관계가 직접 충돌하는 분야다. 크릴은 펭귄과 고래의 주요 먹이원이면서 양식 사료와 건강보조식품 원료로도 쓰인다. 다음 달 열리는 CCAMLR 회의에서는 어획 한도가 논의될 예정이며 중국과 노르웨이는 현재보다 한도를 크게 높이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다른 국가들은 해양보호구역 논의가 먼저 진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도 새로운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중국과 함께 반대해 왔다. 인디 호지슨-존스턴 태즈메이니아대 해양·남극법 강사는 중국이 규칙을 명백히 어기지 않으면서 기존 체제에 지속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남극조약 체제 자체가 당장 무너질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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