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우크라 생포 북한군 2명 韓송환 사실상 확인…"당사자 자유의사 따라 관련국과 협의해와"(종합)

기사등록 2026/09/24 15:04:03 최종수정 2026/09/24 15:27:04

靑·외교부 "당사자 및 가족의 신변안전 관련 민감 사안"

"시기·경로 등 확인해주기 어렵다"…관련국 협의는 부인 안 해

"당사자 자유의사 존중하고 법·원칙 부합해야 한단 입장 견지해와"

유용원 의원 "3~4일 전 한국 도착…국익 고려해 사실 공개 자제"

정부 공식 발표 아닌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발언 통해 알려져

정부 일각에선 송환 사실 알려지자 곤혹스러운 기류도…北반응 주목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생포된 북한군 2명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11일(현지 시간) SNS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우크라이나 보안국 페이스북 캡처) 2025.01.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우크라이나에 생포됐던 북한군 2명이 최근 한국으로 송환된 사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의해 24일 공식화됐다. 정부는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2명이 한국으로 송환됐다고 밝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상 확인했다. 북한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향후 반발 가능성도 주목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24일 북한군 포로 2명 송환과 관련해 "정부는 우크라이나 내 북한군 포로 문제와 관련하여 당사자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하고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이러한 입장에 따라 그간 우크라이나 측을 비롯한 관련국·기관과 필요한 소통과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한 정부 당국자는 "다른 나라 정상의 발언에 대해선 평가하지 않겠다"면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포로 송환 주장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사실상 북한군 포로의 한국 입국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최근 우리는 북한군 포로 두 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며 "이들은 생포하기가 쉽지 않은 자들이다"라고 언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생포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중 한 명은 자신이 포로로 잡히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그는 운명이 자신을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동맹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군의 취약한 부분을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했다며 이를 "광기"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비판했다. 이어 "왜 북한 사람들이(Koreans)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목숨을 바쳐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북한은 2024년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해왔다.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진입한 이후 전선에 투입됐다. 쿠르스크 전선에서 생포된 북한군 포로 리모씨와 백모씨는 북한이 아닌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이러한 북한군 생포 사실은 지난해 1월 젤렌스키 대통령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졌고,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생포된 북한군의 모습을 담은 영상과 나이 등 구체적인 신상을 공개했다.

한국 정부는 투항하거나 포로로 잡힌 북한군이 남한으로 귀순을 요청할 경우 헌법상 우리나라 영토에 있는 국민이기 때문에 국제법적으로나 국내법적으로 귀순 요청을 수용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고 보고, 우크라이나 측에 북한군 송환을 적극 요청, 관련 협의를 지속해왔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북한군 포로에 대해 헌법상 우리 국민이며 한국행 희망 시 전원 수용한다는 기본 원칙 및 관련 법령에 따라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는 정부 입장을 강조하고, 우크라이나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북한군 송환 문제 협의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3월 프랑스에서 한-우크라이나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6월 30일 방한한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한층 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 계기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군 포로 문제를 논의하고, 북한군 포로 문제를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을 확인하면서, 북한군 포로들이 러시아를 거쳐 북측에 인도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실상 해소했다.

북한군 포로 2명의 송환 시점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특정 날짜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이달 중순 이후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조 장관이 지난 10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북한군 포로 송환이 지연되는 이유를 묻는 질의에 "지연이라기보다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우리 요청에 따라서 제반 사항을 검토하고 또 자국에서 점검해야 할 것이 있다고 해서 협의를 계속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변한 점에서 지난 주나 이번 주 초 한국으로 송환됐을 가능성이 있다.

[뉴욕=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09.23.
이와 관련, 이석배 주러시아대사가 이달 중순 본국에 비공개로 소환된 시점도 관심이다. 이 대사는 이달 초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후 곧장 모스크바로 돌아가지 않고 귀국, 한동안 한국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일에는 조 장관을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군 포로 송환 관련 러측 동향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군 포로들이 며칠 전 한국으로 송환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군 포로 송환 시점에 대해 "지난 주말 우크라이나를 출발, 제3국을 경유해 3~4일 전 한국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의 입국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으나 당사자들의 신변 안전과 외교 관계 등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며 관련 사실의 공개를 자제해 왔다"며 "참혹한 전장에서 생사고비를 넘기고, 자신의 의지로 자유를 선택한 두 청년의 용기 있는 결단에 깊은 존중과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다만 외교부는 송환 방식과 일정 등에 대해선 세부적인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당사자 및 가족의 신변안전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만큼, 개별 인원의 신병 처리 여부나 시기·경로, 양국 간 구체적인 협의 내용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 드리기 어려움을 양해바란다"고 했다. 청와대도 같은 내용의 언론공지를 전하면서 구체적인 입장을 피력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 차원에서 북한군 포로 송환 사실을 공식 인정하지 않았지만, 한국 입국을 위해 필요한 소통과 협의를 진행해온 사실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북한에 미칠 파장이나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에 생포됐던 북한군 2명이 최근 한국으로 송환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조현 외교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조 장관이 우크라이나 측에 포로 송환에 협조해준 데 대해 사의를 표하거나 북러 동향 등 관련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보이지만, 외교부는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보도자료에 관련 내용을 명기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갑작스런 발언으로 북한군 포로 한국 송환 사실이 알려지자 우리 정부는 내심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초 우리 정부는 북한군이 송환된 이후에도 북측에 남은 가족의 신변 불안을 염두에 두고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측도 러시아를 위해 싸우는 북한을 더 자극할 것을 우려해 북한군 포로 송환 과정에서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이번 송환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에는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다"며 "두 청년의 대한민국행이라는 중대한 사안이 우리 정부의 공식 발표가 아닌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입을 통해 먼저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고 비판했다.                
 
다만 유 의원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을 선제적으로 밝힌 배경에 대해 "북한이라든지 러시아 관계 등을 고려한 측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러시아와의 외교적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나름 정부에서 어려운 결심을 했다고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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