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유엔총회 기조연설 나서 …"대북 대화에 온 힘"
한반도 평화 청사진 제시하며 '비핵화' 대신 '핵없는 한반도'
'북핵 개발 중단-대북 제제 완화 맞교환' 구상은 언급 안 해
[뉴욕=뉴시스] 김지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다자외교 무대인 유엔총회에서 북미 대화의 재개 가능성을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 체제 전환을 위한 대화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북미 대화가 성사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집중하면서도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을 당사자로 한 다자간 대화도 촉구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다행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대북 대화에 있어) 변화의 가능성이 어렵게 만들어졌다"며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멈춰있던 북미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고,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 체제 전환을 위한 당사자 간 대화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이자 페이스메이커로서 대화의 길을 열고 또 이어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갈 것"이라며 대북 대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또 "무엇보다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한반도의 오래된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라며 "한반도 평화 체제는 오랜 기간 남북은 물론 미국·중국 등 관련국들도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논의해온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는 당사자 간 관계 정상화뿐만 아니라 다자협력을 통한 공동 성장,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을 촉진하는 매우 유용한 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전쟁 종식을 위한 당사자 간 대화'를 제안했는데 이번에는 미국, 중국을 특정하며 구체화했다. 지난 1953년 정전 협정 당시 서명한 4개 당사자를 거론한 셈이다. 이들 국가의 대표단이 듣고 있는 가운데 유엔총회에서 직접 제안하며 국제무대에서 한반도 평화 문제를 환기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강조해 온 '동결(중단)-감축-폐기'의 단계적 비핵화론도 재차 제시했다. 다만 이날 연설에서는 '비핵화' 대신 '핵 없는 한반도'라는 말을 썼다. 지난해 유엔총회에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 방법론으로 교류(Exchange)·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를 의미하는 'END 이니셔티브'를 공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우선 북측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중기적으로 축소를 거쳐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이자 페이스메이커로서 대화의 길을 열고 또 이어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유엔총회 참석을 앞두고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제시했던 북핵 개발 중단을 위한 대북 제재 완화 구상은 이날 연설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했던 '포용적·안정적·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평화공존'이라는 대북정책 3대 청사진도 국제사회에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포용적 평화공존'에 대해 "남북 간 상호 체제를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협력을 통한 공동 성장을 모색하겠다"며 "국제무대에서도 북측을 존중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 나가겠다. 보건, 재난, 기후 위기 등 국제사회 차원에서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싸울 필요가 없는 안정적 평화공존'과 관련 "위기를 방지하고, 갈등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가겠다"며 "기본적인 소통 채널부터 복원하며, 신뢰를 쌓아나가는 것이 안정적인 평화공존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평화공존'에 대해서는 "전쟁과 핵 없는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을 촉진하고, 전쟁과 분쟁으로부터 자유로운 세계를 향한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 연대에 대한민국이 앞장서겠다"며 글로벌 인공지능(AI) 기본 사회, 녹색 대전환,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위한 연대를 제시하기도 했다.
작년 유엔총회에서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선언한 데 이어 이번 총회에서는 우리 정부의 선도적인 정책 경험을 소개하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역할 중요성을 부각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특히 중동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 글로벌 공급망 협력을 강화할 '건설적 기여국 연대'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호르무즈와 홍해에서 반복된 해상 봉쇄는 에너지와 물류의 핵심 통로가 무기화될 때 세계인의 일상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면서 "지금 필요하고 또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글로벌 공공재를 공급할 역량과 의지를 갖춘 나라들이 먼저 손을 맞잡고 협력의 공간을 넓혀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 개혁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를 밝힌 점도 특징이다. 이 대통령은 "전쟁의 포화를 겪으며 유엔을 설계했던 선각자들처럼 위기가 깊을수록 유엔의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안보리를 더 효과적이고, 더 민주주의적이며 책임 있는 방식으로 작동하게 할 안보리 개혁 또한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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