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서 경찰 견제·보완 장치 마련 방침
부실수사·허위종결 논란까지…수사 역량 도마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없애고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검찰개혁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커지는 경찰 권한을 통제할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장윤기 사건 부실수사와 제주 실종 사건 허위종결 등으로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커진 가운데 비대해질 경찰 권한에 대한 통제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18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검찰 보완수사권 부재로 생길 수 있는 문제는 경찰 수사에 대한 철저한 견제, 보완 장치로 해소하겠다"며 "고강도 경찰 개혁을 통해 수사권 독점에 따라 경찰이 혹여 무소불위 권력 기관으로 퇴행하지 않을까 하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검찰개혁의 핵심인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대해서는 쐐기를 박았다. 다만 수사권이 특정 기관에 집중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경계하며 경찰에 대한 별도의 견제 장치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우려되는 점은 경찰의 비대화"라며 "권력은 상호 견제시킬 수밖에 없다. 한쪽으로 몰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경찰과 군, 검찰 등 권력기관이 정치적으로 악용됐던 역사를 거론하며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어떤 국가기관들이 또 독재의 수단으로 악용될지 모른다"며 "그럴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최대한 막아놔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도 경찰의 권한 확대에 따른 국민적 우려를 거론하며 경찰개혁기구 구성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문제는 경찰 권한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면서도 수사기관으로서 독립성과 기능을 훼손하지 않을 제도를 어떻게 만드느냐다. 최근 잇따른 경찰의 사건 처리 논란도 이 같은 고민을 키우고 있다.
제주에서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광주에서는 장윤기씨 사건에서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경찰의 수사 역량뿐 아니라 지휘·감독과 내부 통제 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의 수사 책임은 더욱 무거워지는 상황에서 경찰 수사의 완결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은 사법체계 개편의 성패와도 직결될 수 있다.
경찰 업무의 특수성과 실제 수사 과정을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제도 설계에 참여하고 내부 통제와 외부 견제를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곽 교수는 "70년 동안 운영되던 제도를 바꿀 때는 그에 따르는 부작용과 문제를 충분히 예측하고 어떻게 보완할지를 검토한 뒤 바꿨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 업무를 통제하려면 경찰 업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며 "실무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단순히 조직을 만드는 것으로는 현실적인 통제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개혁의 초점을 단순한 '권한 통제'보다 경찰 조직 자체의 체질 개선에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의 소극적인 사건 처리와 책임성 부족 등의 원인을 인력과 조직 구조, 승진 체계 등에서 찾아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재 경찰의 가장 큰 문제는 소극주의"라며 "왜 경찰이 소극적인지, 수사 과정에서 왜 이런 문제들이 반복되는지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현재 논의되는 경찰개혁이 각종 간담회나 개혁기구 구성 등 단편적인 대책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별 사건에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대책을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경찰 조직의 구조와 인프라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경찰을 통제한다는 명분이 수사에 대한 과도한 개입으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찰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면서도 수사기관으로서 본연의 기능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곽 교수는 "통제라는 것이 경찰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며 "경찰이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 통제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이 대통령 역시 이날 검찰개혁 과정에서도 수사기관 본연의 기능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권 박탈, 수사와 소추 기능의 분리·견제는 철저하게 해야 한다"면서도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균형 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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