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전쟁 정당성 확보 수단化 …경쟁자 없는 與, 압승 전망
'반전' 야블로코, 선거 참여 봉쇄…반전 여론 표출 고심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러시아가 18~20일(현지시간) 사흘간 국가두마(하원) 의원 450명과 주지사 8명, 각급 의회 의원 등 2만여명을 뽑는 선거에 돌입했다.
타스통신과 이즈베스티야 등에 따르면 이번 선거는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국가두마 선거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 지역 주민들도 처음으로 국가두마 선거에 참여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선거 참여를 러우전쟁 지지와 서방 압력에 맞선 단결로 규정하고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반전 성향 야당은 선거 출마가 사실상 차단된 가운데 여당인 통합러시당은 전쟁 영웅들을 대거 후보로 출마시켰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6일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의 영웅들이 전장에서 승리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러시아 민족 통합의 해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 참여하는 일도 책임이자 국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훌륭한 후보와 진정한 애국자가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여러분의 선택과 의지는 국민이 우리 군인들을 지지하고 있으며 우리가 공동의 가치와 역사적 기억, 조국애로 결속된 국민이라는 점을 다시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국가두마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통합러시아당은 의석이 일부 축소되더라도 국가두마 지배력을 유지할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겔만 헬싱키대 정치학 교수는 가디언에 "이번 선거의 또 다른 목적은 크렘린궁에 지속적인 정당성의 근거를 제공하고 현 정치 체제와 전쟁에 광범위한 대중의 동의가 있다는 인상을 강화하는 데 있다"며 "이번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지만, 여전히 유일한 정당성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국가두마 선거에서는 통합러시아당 등 10개 정당이 4300명 이상의 후보를 냈다. 이 가운데는 특별군사작전(러우전쟁) 참가자 180명 이상이 포함됐다. 러시아 대법원은 지난달 러우전쟁에 공개 반대해온 유일한 등록 정당인 야블로코의 국가두마 정당명부 후보 등록을 취소했다.
야블로코는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공습, 연료 부족 사태, 물가 상승, 추가 동원령설 등으로 팽배해진 전쟁 피로와 불안감을 연료 삼아 지지율이 급등했다. 러시아 당국은 반전 여론이 높지 않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해 야블로코의 출마를 허용했다가 여론 변화에 등록 취소를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핀란드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마르가리타 자바드스카야는 도이체벨레(DW)에 "크렘린궁은 필요하다면 어떤 수치든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며 "문제는 그 대가가 얼마나 클 것이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타티야나 스타노바야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센터 연구원은 AP통신에 "선거운동이 평화 찬반, 곧 전쟁을 둘러싼 논쟁으로 변질될 위험이 상당히 컸다"며 "이는 분명 당국의 계획에 없던 일"이라고 전했다.
엘라 팜필로바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17일 선거제도 준비 상황 보고회에서 이번 선거는 러시아 민족 통합의 해에 치러진다면서 시민이 단결을 보여 자신이 신뢰하고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는 여러 측면에서 이전의 모든 선거와 다르다"며 "우리에게 적대적인 서방 세계 전체가 맞서고 있는 극단적 상황에서 치러진다는 점뿐 아니라,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조건에서 실시된다는 점에서도 다르다"고 말했다.
자유주의 성향 야권은 출마 제한 등 현실적 한계에도 러우전쟁 장기화로 지친 여론을 결집할 계기로 보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통합러시아당이 아닌 정당에 투표하거나 무효표를 만들어 반전 여론을 보여주자는 논리다.
러시아 독립 여론조사기관 익스트림스캔에 따르면 러시아인의 60%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신의 일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또다른 독립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에 따르면 러시아인 10명 중 6명은 우크라이나와 평화협상을 지지한다.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배우자인 율리야 나발나야와 망명 야권 정치인 막심 카츠는 통합러시아당의 득표를 낮추기 위해 지지자들에게 통합러시아를 제외한 어느 정당에라도 투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야블로코는 유권자들에게 무효표를 만들도록 권하고 있다.
망명 중인 러시아 야권 정치인 일리야 야신은 DW에 "중요한 것은 20일 낮 12시에 투표소에 나오는 것"이라며 "이 줄은 대중의 불만을 눈에 보이게 드러내는 표현이 될 것이다. 깃발이나 현수막, 상징물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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