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실거주 유예 내년 말까지 연장…전월세 숨통 트이나

기사등록 2026/09/18 06:00:00 최종수정 2026/09/18 06:14:24

세 낀 매물 거래 숨통…전월세 물량 감소세 완화 기대

실거주 의무 그대로 유지…"수급 불균형 해소엔 한계"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9월 첫째 주(7일 기준) 노원·도봉·강북구 등이 포함된 서울 동북부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10.11% 올라 2015년 이후 11년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서울 동북부 지역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44.6% 감소했다. 사진은 11일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2026.09.11.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15개 지역 등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의 실거주 유예 방침을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 전월세 시장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하면 갱신된 임대차계약이 끝날 때까지 실거주 의무를 미룰 수 있는 데다,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을 매수하더라도 당장 입주하지 않고 최대 2029년까지 입주 시점을 늦출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토허제 지역의 전월세 매물 감소세가 일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이 주택을 매수한 직후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입주해야 하는 부담이 줄면서 기존 임대차계약을 유지할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세입자는 계약갱신을 통해 기존 주택에 계속 거주할 수 있고, 매수자 역시 임대차계약 기간 동안 입주를 미뤄 주택 매입에 따른 자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다만 이번 조치가 전월세 시장의 공급 부족과 거래 위축을 일부 완화할 수 있지만, 실거주 의무 자체가 유지되는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거주 유예는 임대주택을 새로 공급하는 대책이 아니라 기존 임대 물량이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시점을 늦추는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예 기간이 끝나면 결국 매수자가 직접 입주해야 하는 만큼 장기적인 전월세 공급 확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갱신계약까지 유예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전월세 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신규 입주 물량이 충분히 늘지 않으면 임대 물량 부족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지난 5월 도입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유예 조치의 신청 기한을 올해 12월 31일에서 내년 12월 31일까지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기존 임대차계약에 더해 갱신계약 기간까지 실거주 유예를 인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개정안은 10월 1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재개하면서 토허구역 내 실거주 유예 조치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했다.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을 매수한 경우 기존 임대차계약이 끝날 때까지 입주하지 않아도 실거주 의무를 미룰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에도 이른바 '세 낀 매물'의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데다 전월세 매물까지 줄어들면서 정부가 유예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기로 했다. 주택 매수자가 실거주를 위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면서 임대 물량이 줄어드는 문제를 완화하려는 취지다.

이번 조치는 올해 5월 12일 이후 무주택 상태를 유지한 수요자가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 적용된다. 신청은 10월 1일부터 가능하다.

실거주 유예 범위도 확대된다. 기존에는 매수 당시 세입자의 남은 계약기간까지만 입주를 미룰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경우 갱신된 계약기간까지 유예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0월 1일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 유예를 신청하고 이후 2년짜리 갱신계약이 적용되면 최대 3년 3개월까지 입주를 늦출 수 있다. 다만 유예 신청 전에 갱신계약을 체결해야 하고, 갱신계약의 시작일이 유예 신청 기간에 포함돼야 한다. 늦어도 2029년까지는 실제 입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세제 개편 이후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매물이 토지거래허가제에 막혀 거래되지 못하는 문제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갱신계약까지 실거주 유예를 인정하면서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이 거래되더라도 기존 임대 물량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세제 개편으로 매물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토허제가 거래를 가로막는 엇박자를 줄이고, 갱신계약까지 인정해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도 거래와 임대가 함께 이어지도록 한 취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거주 유예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토허제의 취지와 부합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위원은 "세제는 매도 시점을 움직일 수 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려면 거래 규제도 함께 조정돼야 한다"며 "갱신계약까지 인정하면 매수자의 입주 시점이 수년 뒤로 밀릴 수 있는 만큼 실거주 목적의 거래를 허용한다는 토허제 취지와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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