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10% 제안설에 韓 15% 추진
지분율 놓고 막판 줄다리기
"15% 확보해도 이사회 진입 못 하면 실익 제한"
노형·부품 조달부터 지재권까지
"실질적 의사결정권 확보해야"
[세종=뉴시스]임소현 이수정 기자 = 한국 정부가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 15%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분율 자체보다 이사회 참여 등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수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의미 있는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이사 지명권을 얻지 못하면 미국 내 원전 건설과 제3국 수출 등 주요 사업에 한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웨스팅하우스 지분 약 15%를 확보하고 이사회에 진입하는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 측은 한국이 5~10% 수준의 소수지분만 투자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웨스팅하우스 지분은 캐나다 자산운용사 브룩필드와 우라늄 기업 카메코가 각각 51%, 49%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이사 6명도 두 회사가 3명씩 지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웨스팅하우스 기업가치 150억~200억 달러를 단순 적용하면 지분 15%의 가치는 22억5000만~30억 달러로, 한화 약 3조~4조원에 달한다. 투자 규모가 큰 만큼 한국 측이 직접 지명하는 이사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15%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지분으로 볼 수 있다"며 "15% 지분과 함께 이사 지명권도 확보해야 한다. 이사 지명권을 얻지 못한다면 투자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5~10%와 한국이 추진하는 15%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고 봤다. 그는 "지분율이 10%를 넘어서면 향후 경영에 일부 참여할 여지가 생긴다"며 "한국이 15%를 확보하면 기존 두 대주주에 이어 세 번째로 의미 있는 지분을 보유하게 되는 만큼 미국도 한국의 경영 참여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지분 15%를 확보한다고 이사회 참여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지분 인수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과의 협의를 통해 이사 지명권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 측 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더라도 브룩필드와 카메코가 다수지분을 유지하는 만큼 이사 1석만으로 주요 의사결정을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에 지분율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국이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15%를 확보하든 10%를 확보하든 최대주주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정도 지분으로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지분율이 높을수록 발언권은 세지고 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질 것"이라면서도 "15%라는 숫자 자체에 법률적이거나 경영상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분 투자의 실익은 미국 원전 건설에서 어떤 원전 노형을 채택하고 한국 기업이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을 선택할지,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을 채택할지에 따라 국내 원전기업의 설계·기자재·시공 참여 범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중요한 것 중 하나는 AP1000과 APR1400 가운데 어떤 노형을 선택하느냐"라며 "한국이 더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형을 선택하도록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웨스팅하우스가 원전 설계와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건설에는 한국 원전업계의 시공·제조 역량이 필요하다는 점을 협상에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측의 장점을 결합해 미국 원전 시장에서 공동사업 기회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지분 투자 조건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웨스팅하우스는 설계와 지식재산권을 갖고 있지만 실제 원전을 건설할 역량은 제한적이고 한국은 건설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지분 확보가 두 회사의 협력을 끌어내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도 "다수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닌 만큼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더라도 이사회에서 한국 측 의견을 전달하고 일방적인 결정을 견제하는 역할은 할 수 있다"며 "지분을 많이 확보할수록 이사 한 명 또는 두 명을 확보하는 등 협상 여지가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원전 건설 과정에서 핵심 기자재와 부품을 어느 기업이 공급하느냐에 따라 한국 원전업계가 얻는 실익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 측 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해야 부품 조달과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설명하고 참여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구 교수는 "원전 건설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누가 조달하느냐에 따라 이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이런 결정 과정에서 한국 측 의견을 충분히 전달하려면 이사회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15% 지분을 확보하고도 이사 지명권을 얻지 못한다면 투자 협상은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분율에 걸맞은 이사 지명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웨스팅하우스 지분 확보가 한전·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 간 지식재산권 갈등과 해외 원전 수출 제약을 완화하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서진교 GSnJ인스티튜트 원장은 "한국이 해외에 원전을 수출하려 할 때 웨스팅하우스와의 기술 문제가 계속 걸림돌로 작용해왔다"며 "일정 지분을 확보하면 미국뿐 아니라 제3국에 원전 플랜트와 기술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미국의 전력 수요는 장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이를 충족하는 과정에서 원전의 역할도 커질 것"이라며 "웨스팅하우스 지분 확보는 한국의 원전 수출과 미국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당초 17일로 예정됐던 대미투자 관련 국회 보고는 연기됐다. 향후 일정은 국회 보고 일정이 정해진 뒤 확정될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과 긴밀히 협의 중이며 접점 모색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국익 관점에서 협상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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