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는 몰라요"…항소심 법정서 '명태균 녹취' 재생

기사등록 2026/09/16 17:23:42 최종수정 2026/09/16 18:21:00

김한정-명태균 2021년 통화녹음 3건 재생

明 "오세훈이는 몰라"…"간이 작아" 발언도

吳측 "독자적으로 여조 비용 지급한 정황"

특검 "35개 중 3개만 제출돼…원본성 의문"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09.16. kmn@newsis.com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대납 당사자로 지목된 김한정씨와 브로커 명태균씨의 통화 녹음파일이 특검의 반대에도 탄핵증거로 채택돼 법정에서 재생됐다.

녹취에서 명씨는 "오세훈이는 몰라요. 모르고 걱정하지 마요.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하는 한편, "시장님 은밀하게 했고 이건 소문나면 안 되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16일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항소심 속행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김씨 측이 제출한 녹음파일 3건을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기 위한 탄핵증거로 채택했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전체 녹음파일이 제출되지 않은 데다 일부 파일의 원본성과 무결성에도 의문이 있다는 이유로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불법적으로 취득됐거나 허위·조작됐다는 정황은 아직 없다"고 판단하며 탄핵증거로 채택했다. 김씨 측이 제출한 녹음파일 무결성 검증보고서는 참고자료로 정리했다.

녹취록이 탄핵증거로 채택되면서 법정에서 김씨와 명씨가 지난 2021년 3월 6일과 13일 나눈 통화 가운데 주요 부분 약 18분이 재생됐다.

여기서 김씨는 명씨에게 "나는 여론조사를 어떤 식으로 해서 20대를 하든 50대를 하든 모르는 일이고, 어쨌든 오세훈이 이기는 걸로 생각하고 '오시장을 높게 나오는 걸 만들어 줄게요' 이랬잖아. 난 그거 밖에 몰라"라고 말했다.

이어 "이 양반 돕고 싶어서 내가 했잖아. 결과가 그래 나오니까 그쪽에서 원한 것도 아니고 내가 먼저 해서 할 얘기도 없잖아"라고 했다.

명씨는 "오세훈이는 몰라요"라고 말하거나 김씨와 오 시장의 관계를 몰랐다는 취지로 말했다. 오 시장을 두고는 "간이 작아요"라고 반복해서 말하기도 했다.

반면 명씨가 "시장님 은밀하게 했고 이건 소문나면 안 되고"라고 말하자, 김씨는 "그런 얘기 했다는 것도 사실 내가 의문스럽다. 내가 너한테 자꾸 물어보잖아"라고 답했다.

김씨가 "나하고 얘기 안 했다니까. 내가 너한테 물어봤잖아", "계좌로 돈 보내고 그랬잖아. 난 그런 식으로 가는지도 몰랐어"라고 말하는 대목도 나왔다.

오 시장 측은 이 같은 녹취가 김씨가 오 시장 요청에 따라 여론조사 비용을 대신 낸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선거를 돕기 위해 비용을 지급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명씨가 김씨와 오 시장의 관계를 몰랐다고 말하고, 김씨도 오 시장과 직접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해당 통화가 문제된 여론조사가 진행된 이후 이뤄졌고 주어와 목적어가 생략된 대목도 많아 오 시장 측 주장처럼 해석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특검팀은 또 김씨 휴대전화에서 확인된 명씨와의 녹음파일 35개 가운데 3개만 선별해 제출됐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한 파일은 다른 파일과 수정 일자가 다르다며 원본성과 무결성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대납 당사자로 지목된 김한정씨와 브로커 명태균씨의 통화 녹음파일이 특검의 반대에도 탄핵증거로 채택돼 법정에서 재생됐다. (사진=뉴시스DB) 2026.09.16. 20hwan@newsis.com

김씨에 대한 피고인신문에서도 녹음파일의 보관·제출 경위를 두고 양측의 공방이 이어졌다.

김씨는 명씨와의 통화를 녹음한 이유에 대해 "그 친구가 자기 녹취를 많이 한 걸 보여줬고, 내 얘기를 이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녹취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명씨와의 녹음파일은 모두 35개로 확인됐다. 김씨는 이 가운데 3개만 제출한 이유에 대해 "변호사들이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이라고 해서 고른 것"이라며, 재판부가 요구할 경우 나머지 파일도 제출할 수 있다고 했다.

특검팀은 수사 당시에도 김씨가 명씨와의 통화를 녹음했다고 언급했다며, 파일을 뒤늦게 발견했다는 점을 캐물었다. 김씨는 이에 대해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내가 통화 녹음을 했으니까 '나도 녹취했다'고 얘기한 것"이라며 "제주도에서 잃어버렸고 이번에 찾은 것"이라고 답했다.

녹취에 담긴 "강철원이 잘 만들어준다고 한다. 나는 만들어준다는 게 조작해서 만들어준다는 건지 알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두고도 질문이 계속됐다.

특검팀이 강 전 부시장에게서 명씨가 여론조사를 잘 만들어준다는 말을 들은 것 아니냐고 묻자 김씨는 "그런 적 없다. 그런 얘기는 없었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재차 "당시 강 전 부시장이 명씨에 대해 여론조사를 잘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김씨는 "아니다. 강 전 부시장이 명씨에게 얘기한 것을 제가 그렇게 말한 것 같다"고 했다.

재판부는 내달 2일 오후 2시 오 시장 등의 결심공판을 열고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결심공판에서는 특검의 구형과 피고인 측 최종변론, 오 시장 등의 최후진술이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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